[내 생각은/신부용]빨간신호 시간 줄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신부용 교통기술사 전 교통연구원 원장
신부용 교통기술사 전 교통연구원 원장
7일자 A18면 ‘서울시내 ㅁ자-대각선 횡단보도 늘린다’는 기사를 읽었다. ㄷ자로 된 횡단보도에서는 일부 횡단보행자에게 3번 신호를 받지 않고 한 번에 건너게 해 주니 당연히 환영할 일이며, X자형 횡단보도 또한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와 함께 횡단보도 간격도 200m에서 100m로 줄이고, 무단횡단을 아예 못하도록 방호책을 세우고 횡단보도 집중 조명과 ‘왼쪽보기등’도 증설하여 횡단보행자의 안전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 교통사고 사망자의 40%에 이르는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조처들로 환영할 일이다.

이러한 횡단보행 편의 조치는 무단횡단을 줄여 사고 감소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불편한 횡단보행 시설 못지않게 무단횡단을 유혹하는 것은 바로 ‘빨간불 기다리는 시간’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빨간불 시간이 최대 3배까지 길어 2분을 넘나든다. 이 시간이면 시속 60km로 주행하는 자동차는 2km를 더 갈 수 있으며, 서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큰 불편이다. 그뿐만 아니다. 신호는 일정 주기를 정해놓고 운영되기 때문에 빨간불이 길다는 얘기는 나머지 파란불이 짧다는 얘기이고, 이 때문에 자동차의 대기 행렬이 길어져 교통체증을 일으킨다. 따라서 상기한 횡단보행로 설비 확장도 좋지만 빨간불의 길이도 고려해볼 문제이다.

왜 우리나라 신호에서 빨간불이 길까. 이는 좌회전 처리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비보호의 경우 신호가 한 번만 바뀌면 되므로 빨간불과 파란불의 길이가 같다. 다른 나라에서는 비보호 좌회전을 기본으로 하여 교차로를 설계하고 운영하므로 좌회전이 한 곳에 몰리지 않는다. 다만 그래도 좌회전이 많은 곳에서는 좌회전을 별도로 처리하도록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골목길에서는 우회전만 허용하므로 좌회전이 대형 교차로에 집중되어 안전을 위해 부득이 보호 좌회전을 채택할 수밖에 없어 신호가 3번 바뀌어야 파란불이 되는 4현시 신호가 불가피하다. 결국 차량이 좌회전을 할 수 있는 대로에 집중되어 불필요한 체증을 일으키고, 소로는 불법 주차장으로 전락한다. 이는 개별 교차로의 문제가 아니라 교통체계의 설계 및 운영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당국은 빨간불의 길이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회전교차로는 좋은 대안이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좌회전 처리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장소별로 그때그때 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할 일이 아니라 ‘교차로 구조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그 지침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일은 신호 운영을 관장하는 경찰과 교차로의 구조물을 관장하는 시가 의견을 같이해야 하는 행정적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선진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땅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부용 교통기술사 전 교통연구원 원장
#빨간신호#신호등#횡단보행 편의 조치#무단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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