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은 울창한 소나무 숲에 희고 붉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동해의 쪽빛 바다, 그리고 신라 문무왕비의 수중릉이 있는 울산의 대표 관광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휴가 때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과 함께 찾으며 전국적 관광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훌륭한 자연 경관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대왕암공원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원 중간에 울산시교육청 교육연수원이 버티고 있어서다. 교육연수원 주변 2만5700m²에는 군사보호구역에서나 볼 수 있는 철망이 설치돼 접근이 어렵다.
울산시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6년 교육연수원 이전을 추진했다. 교육연수원 터를 포함한 일대를 대왕암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연수원은 공설화장장인 울산종합장사(葬事)시설이 이전하고 공터가 된 울산 동구 화정동 3만 m²의 땅에 이전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시가 연수원 이전비 113억 원까지 시 교육청에 지급했다.
그러나 울산시의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연수원 이전 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이후 울산과학대 인근과 방어진공원 등을 대체지로 검토했지만 여러 제약 탓에 지금까지 이전 계획은 제자리다.
울산 동구청은 옛 공설화장장에 지상 3층 규모의 복합문화관을 짓겠다며 지난해 12월 설계를 마쳤다. 시 교육청은 “복합문화관과 교육연수원을 함께 짓자”고 1월 동구청에 제안했다. 하지만 동구청은 “복합문화관은 40년간 혐오시설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라며 “함께 건립하기에는 용지가 좁다”고 반대했다.
발끈한 시 교육청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계획대로 교육연수원을 옛 공설화장장 터로 옮기지 않으면 이미 받은 보상비를 반납하고 연수원을 현 위치에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의 자존심 대결로 10년 넘은 교육연수원 이전 계획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제라도 울산시가 나서야 한다. 교육연수원을 짓기로 한 곳도, 동구가 복합문화관을 짓겠다는 곳도 시 소유인 옛 공설화장장 터다. 대왕암공원을 조성하는 주체도 시다. 혈세 113억 원을 보상비로 지급하고도 연수원 이전이 지지부진한데 시가 팔짱만 끼고 있다면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왕암공원은 온전한 모습으로 시민과 관광객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올해가 ‘울산 방문의 해’이기에 더욱 간절하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세종시와 함께 ‘유이하게’ 공무원연수원이 없는 시가 시 교육청과 공동 연수원을 짓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공동 연수원을 건립해 운영을 다각화한다면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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