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92일간의 길고 긴 여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전원합의로 인용한 10일, 심리분석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국민의 ‘통합’과 ‘도약’을 강조했습니다. 결과를 수용하고 상대방을 보듬으면 오히려 이번 사태가 양적으로 고속 성장해 온 한국 사회를 질적으로 높일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19대 국회의원인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를 “전 국민이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빠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와 이어진 탄핵 찬성·반대 집회로 큰 분열과 고통을 겪은 우리 국민이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1. 당당하게 사건 마주하기
신 교수는 PTSD를 치료하자면 그 첫 단계로 사건과 정면으로 마주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신과에서는 ‘인지행동치료’라 부르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자동차 근처에도 못 가는 사람이 있다면, 의사는 그의 손을 이끌어 차에 타보도록 합니다. 두려워서 언제까지 피하게끔 놔두는 게 아니라 부딪혀보는 거죠. 신 교수는 적당히 갈등을 봉합하고 갈 게 아니라 탄핵까지 이른 과정, 첨예하게 대립했던 국민 양극화를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원하는 결과였든 아니었든 현실을 마주하고 내가 잘못 생각해 잘못 행동한 것은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지, 헌법재판관 탓, 탄핵반대 집단 탓, 이렇게 남의 탓만 해서는 우리 사회가 치유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2. 냉정하게 한 박자 쉬기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조언에 앞서 이번 사태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먼저 지적했습니다. 늘 단일민족을 부르짖으면서, 알고 보면 지역 갈등과 남혐·여혐(남성 혐오·여성 혐오), 이데올로기 싸움 등 우리 안에 수많은 적대적 집단이 상존했다는 겁니다. 이번 탄핵정국에서는 가치관과 신념이 충돌했습니다. 시민이 미성숙하면 정치권으로 하여금 시민사회를 이용하게끔 하고, 결국 극단으로 치달아 반목과 폭력의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곽 교수는 심리학에서 화가 날 때 ‘6초만 참으라’고 하듯이 한 박자만 냉정하게 쉬어가라고 조언했습니다. 내가 졌다고 남을 욕하고, 내가 이겼다고 남을 깔보기 전에 잠시만 냉정히 자신을 돌아보라는 겁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말은 하면 할수록 상승효과를 보입니다. 잠시 크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내 자신을 돌아본다면 문제를 성숙하게 수용하고 온건하게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합니다.
3. 남은 과제에 집중
사실 우리는 이제 정상화의 첫 단계를 밟았을 뿐입니다. 이나미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국가나 국정농단 사태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탄핵 찬성 쪽이든 반대 쪽이든 더 중요한 것은 남은 과제를 청산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몇 달간은 슬픔과 고통의 나날이었지만, 그래도 ‘성장통’이었을 거라고 이 원장은 말합니다. 이 시기를 잘 봉합하고 넘어간다면, 우리는 여느 선진국 부럽지 않은 민주주의 사회로 발돋움할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민주주의로의 도약.’ 이는 다른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 바입니다. 갈등하고 내치는 것이 아니라 보듬고 잘 토닥여 함께 나아간다면, 우리는 질적으로 한층 고양된 민주주의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자 이제 D-92가 끝나고 D+1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과연 통합과 도약을 볼 수 있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건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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