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 소장은 소리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 궁금했다. 어떤 음식을 먹고 병이 나면 어떻게 치료하고 무슨 인연으로 소리를 배우고 누구와 결혼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명창들의 생애를 복원하기 위해 30년 동안 지리산 일대의 마을과 전국을 누볐다. 호적과 족보가 중요한 1차 자료였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소리꾼들은 일반인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 일제강점기까지 일반인들의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였지만 소리꾼은 62세나 됐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반인은 병치레를 15.5회 했는데 소리꾼은 4.7회에 그쳤다. 당시 기준으로는 비교적 병 없이 오래 살았다는 얘기다.
김 소장이 주목하는 건 소리꾼들의 ‘판소리 건강법’이다. 소리에 호흡과 기의 소통을 통한 치유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리가 음양오행을 기본으로 오장육부에서 나오는 것으로 본다. 귀명창들은 소리를 권할 때 ‘자진모리 한 대목 하라’고 하지 않고 ‘쓴소리 한 대목 하라’고 말한다. 자진모리는 쓴소리, 중중모리는 신소리로 부른다. 우리 몸의 간과 쓸개(담)는 쓴맛에 관여하고, 신장과 소장은 신맛과 관련이 있다. 간이 나쁜 사람에게는 간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쓴소리를, 신장이 나쁜 사람에게는 신소리를 불러줬다. 부자들은 기력이 약해지면 잔치를 벌여 소리꾼을 불렀다. 소리꾼은 환자를 진단해 몸의 약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소리와 장단으로 원기 회복을 도왔다.
소리꾼의 신분은 낮았지만 지적 수준은 높았고 양반 옷을 입었다. 그들은 한곳에 정착해서 사는 기간이 3년 반 정도로 짧았다. 평생을 떠돌아다니며 산 것이다. 또 소리하는 집안끼리 결혼했다. 명창의 유전자(DNA)는 이렇게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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