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은 세계 174개국이 채택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한국에서는 여성단체가 행사를 열었는데, 이날을 기념하는 일반 가정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남편이 부인에게 꽃 선물도 한다는데 말이다. 이날은 여성의 참정권 부여와 직장에서의 지위 향상을 요구하며 미국 뉴욕에서 시위가 일어났던 날을 기념일로 채택한 게 유래가 됐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는 공휴일이다. 말하자면 여성의 인권을 확대한 기념일이다.
하지만 지금도 3월 8일 ‘여성의 날’은 다소 생소하다. 일본에서도 이날까지가 여성건강주간이라 건강검진 등에 신경을 더 쓰게 할 뿐이다. 오히려 ‘여성의 날’보다는 화이트데이인 3월 14일이 더 유명하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때 여성으로부터 초콜릿 받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한국에서는 사탕을 선물하지만, 일본에서는 마시멜로를 선물한다.
동남아 쪽에서 한국에 시집온 젊은 부인들은 남편이나 시어머니에게 폭력이나 폭언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에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머니를 잘 모시기 위해 결혼했는데 어린 부인은 부부끼리 재미나게 지내길 원하니까 그런 부인과는 이혼해야겠다는, 어이없는 내용이었다. 부부가 사랑을 주고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 남자는 오직 어머니를 돌봐드리는 여성이 필요해서 결혼한 것이다. 노동력을 해외에서 사온 것처럼 말하는 걸 들으니 어린 신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남편에게 “당신과 결혼해서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왜 남자라고 큰소리쳐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속담도 가끔 싫어진다. 남자라는 이유로, 또한 연장자나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함부로 큰소리치는 것은 부담이 된다. 누구에게나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하면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 것이다. 요즈음 드라마에는 권력자가 부하를 시켜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들이 계속 나오다 보니 등장인물에게 나도 모르게 욕하게 된다. 다른 시청자들도 흥분하면서 혈압이 높아질 것이다.
부부간에도 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대화하기가 어렵다. 신혼인 어떤 남편은 부인이 잠자리를 자주 거부하니까 화가 나서 창문까지 깼다고 한다. 부인이 잠자리를 거부할 때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가령 몸이 아프다거나 남편이 잘 씻지 않는 경우에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남편도 이유를 잘 모르니까 화가 난다는 점이다. 이 부부는 이후 현명하게 서로 사인을 정해 이런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던 어떤 부부는 남편이 귀가할 때 아내가 현관에서 춤추는 것을 허락한다는 사인으로 삼았다고 한다.
반대로 어떤 부인은 매일 밤 깨끗이 샤워를 하고 준비하는데, 정작 남편은 잠이 들어버리는 게 갈등이 됐다고 했다. 또 매일 아침 불특정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출근할 때는 깨끗이 샤워를 하고 나가면서, 아내를 맞이할 때는 신경을 안 써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전문 상담사는 “부부의 육체적인 만남은 병도 옮길 수 있고 그 반대로 생명을 잉태할 수도 있는, 하나님이 임하시는 귀한 자리인 만큼 청결과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간에 사인을 정하고 청결과 예의를 갖춰 존중하는 마음으로 신체 접촉을 한다면 갈등이 훨씬 줄어들고 행복한 부부가 많아질 것이다.
생활의 지혜로서 이런 말이 있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메모할 때 ‘귀한’이라는 형용사를 앞에 붙여 ‘귀한’ 친구 만나러 간다. ‘귀한’ 직장에 출근한다. ‘소중한’ 가족을 위해 장보러 간다. 이런 식으로 수식어를 붙이면 모든 것이 귀하고 뜻이 있는 일로 느껴져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성의 날’은 남성들이 가진 권리를 동등하게 갖길 원했던 과거 여성들의 발자취를 느끼게 하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해서 ‘여성의 날’을 함께 기념하게 되길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