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닷새 앞둔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소환 조사 날짜가 결정된 지 하루 만에 경호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3번째 전직 대통령이 된다. 그런데 대검찰청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검찰과 청와대 경호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 조사 전 검찰 간부가 차 대접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경호차량에 탑승할 것으로 보인다.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는 약 5.5km, 차로 20분 거리다.
경호차량이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도착하면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현관 앞바닥에 노란 테이프로 표시된 삼각형 모양의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10일 저녁부터 각 언론사는 자리싸움을 벌이며 박 전 대통령의 출두에 대비해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검찰 수사관의 안내를 받아 청사로 들어가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경호 문제를 감안해 민원인들이 이용하는 일반 엘리베이터 대신 검찰 간부들이 주로 타는 금색 엘리베이터를 탈 것으로 보인다. 내부 넓이가 3.3m²(약 1평)가 채 안 되는 20인용 엘리베이터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가 TV로 생중계되는 장면은 여기까지다.
박 전 대통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특수본 간부와 티타임을 갖기 위해서다. 검찰이 주요 인사를 소환할 때 조사 전 차 대접을 하는 역할은 담당 검사 바로 윗선 간부가 맡는 것이 관행이다. 박 전 대통령 사건 주임검사가 부장검사인 점을 감안하면, 차 대접은 노승권 1차장검사(검사장급)가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특수본 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 조사 장소는 7층 아닌 10층 특수1부
티타임을 가진 뒤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조사실로 향하게 된다. 서울중앙지검에는 과거 대검 중수부의 특별조사실처럼 넓은 조사 공간이 없다. 화장실은 조사실 내부에 없고 각층 복도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지난해 말 조사를 받았던 7층 형사8부 또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의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것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 조사 장소로 특수1부 검사실이 있는 10층 영상녹화조사실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사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카드키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는 자동문을 거쳐 보안키가 설치된 철문을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드나들 때 민원인과 마주칠 가능성이 가장 낮은 곳으로 같은 층을 쓰는 첨단범죄수사2부와도 통로가 막혀 있다. 검찰 관계자 중에도 이 조사실에 가본 사람은 드물다. 소환 당일 서울중앙지검은 모든 검사실의 소환 일정을 조정해 피의자나 민원인 방문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주임검사인 한웅재 형사8부장(47)이 맡는다. 조사실에는 한 부장 외에 1, 2명의 검사가 배석할 수 있다. 통상 변호인은 한 명만 입회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2명 이상이 참여할 수 있다.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 옆이나 뒤편에 앉아 조언을 하게 된다.
영상녹화조사실 옆방은 조사실 안쪽을 유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모니터링 룸이다. 이 지검장이나 노 1차장검사 등 특수본 간부들은 이 모니터링 룸이나 제3의 장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된다.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부르는 박 전 대통령의 호칭은 ‘대통령’ 또는 ‘대통령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사는 최소 10시간 이상이 걸려 출석 다음 날인 22일 새벽이 되어야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13가지에 달해 조사할 분량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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