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사흘 앞둔 18일 서울 곳곳에서 ‘태극기 집회’가 이어졌다. 10일 탄핵 심판 당일 헌법재판소 앞처럼 폭력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는 달리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끝났다. 집회에서는 “탄핵 무효”를 비롯해 헌재와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았고 “대선을 향해 투표 조직화를 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일대에서 ‘애국열사 국민장 영결식’과 ‘국민저항 2차 국민대회’를 차례로 열었다. 이들은 10일 시위 중 숨진 3명을 추모하는 행사와 함께 김모 씨 시신을 실은 운구차를 앞세워 행진했다. 시위 행렬은 4차로 정도만 차지했지만 본행사가 열린 오후 3시 반이 지나고 사람들이 늘면서 서울시의회 앞부터 플라자호텔 인근까지 경찰은 도로를 통제했다. 주최 측은 482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지만 10일 이후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10일 숨진 김 씨의 외조카라고 밝힌 이설화 씨는 이날 집회에서 “저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대통령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탄핵 당했다는 것은 안다”며 “삼촌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정광용 국민저항본부 공동대표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불법 탄핵 진상 조사위원회가 발족할 것”이라며 “이번 탄핵은 무효라는 것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자유한국당 조원진 김진태 의원도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의원은 운구차 이동 행렬에도 동참했다. 김 의원은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며 “막강한 태극기가 있는데 앞으로 종북(從北)세력이 마음대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외쳤다. 조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80분간 말씀을 들었다. 오로지 대한민국 국민만 걱정하고 계신다”며 “500만 애국 국민이 피눈물을 닦아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73)는 현장에서, 김평우 변호사(72)는 영상편지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박 대통령께 사죄하러 찾아갔지만 천만뜻밖에도 환하게 웃으시며 밝은 표정이셨다”며 “우리 국민들은 기필코 당신(박정희)의 따님을 복권시키겠다”고 말했다.
탄핵에는 반대하지만 “이제는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후 2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위헌탄핵 규탄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서경석 목사는 “박 대통령 조사를 대선 뒤로 넘겨야 한다” “투표로 승리하자” 같은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심판인 헌재가 잘못했다. 헌재 심판이 매수됐다” “우리가 분열하면 김정은이 원하는 빨갱이 세상이 되는 것”이라며 원색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 삼성2동 주민센터 앞에서 200여 명이 참석해 열린 집회에서는 “비폭력은 안 될 말” “계엄령을 선포하라” “김수남과 박영수를 지체 없이 체포하라” 등의 감정 섞인 구호가 쏟아졌다. 정창화 목사는 “헌법재판관들은 국가반란군”이라고 주장하며 “군대여 일어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대전에서 왔다는 한 참가자는 “비폭력 탄기국 집회는 절대 안 된다”며 “강도 촛불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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