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I.O.I(Image of Issues)] 계륵이 된 미세먼지 비상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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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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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찾아온 달갑지 않은 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고농도 미세먼지’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나흘간 이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많은 분들이 불안에 떨었습니다. 언론도 미세먼지 문제를 중요 소식으로 다뤘습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비판입니다.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을 시작한 비상저감조치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2부제나 공사장 조업 중단과 같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비상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입니다.

질타의 초점이 된 것은 까다로운 발령조건입니다. ①발령 당시 수도권 9개 권역 중 한 곳이라도 미세먼지주의보가 떠있을 것(현재) ②당일 오전 0시~오후 4시 권역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0μg/㎥ 이상(나쁨)일 것(과거) ③내일 3시간 이상 매우 나쁨 예보(미래)가 뜰 것이 조건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1번 조건이 탈락해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지 못했습니다.

많은 언론들이 제기한 문제는 바로 1번, 발령시각인 오후 5시 현재 주의보가 떠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굳이 필요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오후 2시까지 주의보가 떠 있다가 오후 5시경 갑자기 바람이 불어 공기 질이 좋아지고, 오후 6시부터 다시 공기가 정체돼 주의보가 뜰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실제 18일의 상황은 이와 비슷했습니다). 환경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체에 위해한 수준이라 보는 경우는 미세먼지가 최소 24시간 이상 계속될 때인데 주의보가 해제될 정도의 수준이면 그 정도의 위해성은 띄지 않는다고 봤다”고 해명했습니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에, 1년에 한 번 발령될까 말까한 조치를 굳이 왜 시행하느냐는 데 비판의 주안점을 두고 싶습니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면 혹여 비상저감조치 발령조건에 이를까 싶어 휴일에도 출근해 사무실을 지키는 상황입니다. 아마 봄철 내내 미세먼지가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공무원들의 이런 상시 긴장상태도 계속될 겁니다.

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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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시범사업기간이라 차량2부제 및 공사장 조업 중단이 공공기관의 것에만 한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일반 시민들에 확대 시행한다고 하면 여러 불편도 예상됩니다. 이런 경우를 상상해볼까요? 제겐 5, 3, 2살 아이들이 있습니다. 휴일에 여행을 가려고 오래 전부터 숙소를 예약하고 준비를 다 했는데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돼 제 차량이 제재 대상이 된 겁니다. 세 아이와 산만한 짐을 끌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는 없고, 오후 5시 이후 당장 다음날 세 아이의 카시트를 설치할 차량을 빌리기도 어렵고, 숙소 예약취소도 곤란하고…정말 난감한 상황입니다. 그나마 이건 아주 경미한 사례입니다. 생계형 운전자들, 불가피한 사유로 운전을 해야 하는 여러 사람들은 어떻게 그 불편을 감수해야 할까요?

단속도 걱정입니다. 전 수도권에 걸쳐 엄청난 단속인력과 장비가 요구될 겁니다. 공무원, 경찰, 시민 모두가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는 이러한 정책이 과연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한데 언론의 ‘까다로운 조건’ 질타가 이어지자 환경부는 오히려 조건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건이 완화돼 나들이철인 봄, 한 달에 서너 번씩 차량2부제 및 민간 공사장 조업 중단이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저만 염려되는 걸까요?

그럼 아무 것도 안 하고 지켜보자는 것이냐, 물론 그것은 아닙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전가하고, 엄청난 공권력을 낭비하기 전에 정부에서 할 일을 다 했는가 묻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잠시 화력발전 가동률을 줄이고 보다 친환경적인 발전의 가동률을 높인다면 훨씬 손쉽고 효과도 높은 저감방안이 될 것입니다. 날림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사업장 위주로 조업 중단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지른 이상 안 할 수는 없고, 완화하자니 잦은 시행에 따른 불만이 많을 거 같고, 현 조건을 두자니 발령도 안 될 정책 왜 시행하느냐 할 것이고…. 현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정부의 ‘계륵’이 된 모양새입니다. 어제도 자정경 여전히 근무 중이라는 환경부 공무원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부디 그들의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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