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병원에서 첫 딸을 낳은 김수연(가명·30)-김철웅(가명·32) 부부가 침울한 표정으로 마주앉았습니다. 급기야 수연 씨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죠.
#.3 꿈에 그리던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 분만실은 이상하게 조용했죠. 아이의 피부가 파랬고 울음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기의 심장 혈관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10일 안에 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습니다” 담당 의사
#.4 문제는 수술비 1000만 원. 40년 된 낡은 주택 반지하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한 가난한 젊은 부부에겐 이 큰 돈이 없었습니다. 부정맥을 앓는 아빠 철웅 씨는 건강 때문에 일반 직장에 다니지 못했죠. 차상위계층(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바로 위 계층)이라 은행 대출도 어려웠습니다.
#.5 제왕절개로 출산한 탓에 회복 기간이 필요했지만 엄마 수연 씨는 사흘 만에 퇴원했습니다.산모 입원비를 줄여 아이 수술비에 보태려고요. 아빠 철웅 씨는 힘든 몸을 이끌고 낮에는 마트, 밤에는 대리운전, 주말에는 택배 아르바이트까지 했죠. 하지만 이렇게 모은 돈이 기껏 300만 원.
#.6 의료진과 다른 환자 보호자들은 매일 기도를 하는 김 씨 부부를 목격했습니다. 산후조리를 못해 초췌한 산모와 먼지 묻은 마트 작업복을 입은 아빠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죠.
병원은 아이 입원비를 받지 않기로 했고 수술비 마련을 위해 성금을 모았죠. 신생아 중환자실의 다른 보호자들도 십시일반 돈을 보탰습니다.
#.7 1월 28일 마침내 첫 수술이 진행됐습니다. 수술 후 부부는 병원 사회복지팀을 찾아 아이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내밀었죠. 그 속에는 약 10만 원이 있었습니다. 타인의 기부로 딸을 살린 부부가 자신들도 기부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죠. 부부는 앞으로도 매달 후원금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8 “10년 안에 못 갚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평생을 걸쳐서라도 갚겠습니다. 저희 딸을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철웅-수연씨 부부와 아기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2017. 3. 28 (화) 원본 | 김단비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 · 신슬기 인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