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4호기 28일 원자로 가동 정지
격납건물 부식 등 주민들 불안 확산
원전 밀집한 기장군 실태조사 촉구
탈핵부산시민연대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회원들이 2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에서 고리 3, 4호기 가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제공
원자력발전소 건물의 일부 철판이 부식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냉각재 누설(漏泄)로 원전 가동이 정지되자 인근 시민들이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는 28일 오전 5시 11분 고리 4호기 내부 냉각재 수집조 4개 중 2개의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자 수동으로 원자로 가동을 정지했다.
냉각재는 관을 통해 원자로 내부를 순환하며 핵분열 반응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원자로가 정상 운영될 때는 시간당 1.5L의 냉각재가 수집조로 모인다. 그러나 이날 고리 4호기가 멈추기 직전에는 시간당 5L가량의 냉각재가 수집조에 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냉각재 누출은 증기발생기 3대의 배수관에서 발생했다.
고리본부는 첫 번째 증기발생기 하단 배수관 밸브의 용접 부위가 내부 압력으로 벌어지면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냉각재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리본부는 “4호기 외부로 방사선 영향이나 누출은 없고 원자로도 안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원전 주변 방사선 감시 장비에서도 누출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리본부는 조만간 증기발생기의 물을 빼내고 벌어진 배수관 밸브를 교체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박재호, 김해영 등 부산지역 국회의원이 속한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경미한 사고는 대형사고의 전조(前兆)일 수 있다”며 “한수원은 한 치의 의문도 남기지 않는 철저한 조사와 함께 그 결과를 신속히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기로 구성된 고리원전은 1호기를 포함해 이미 수명을 30년 이상 넘겼고 3, 4호기는 설계수명이 40년이라고는 하나 최근 발생한 지진 등으로 내구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건물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근 고리 3호기 격납건물을 정밀 조사한 결과 127곳에서 부식이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격납고 부식에 따른 방사성물질 유출은 없다. 부식이 발견된 곳은 전체 면적의 1% 미만으로 원전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원전 밀집 지역인 부산 기장군은 기장군의회,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고리원전의 안전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원안위에 촉구했다. 기장군의회는 28일 기장군 민간환경감시위원 등과 함께 고리원전을 방문해 점검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더불어 원전을 점검할 때 지역 및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총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7일 오후 경북 경주 월성원전 4호기에서는 새로 장착하던 핵연료 다발이 바닥에 떨어졌다. 새 핵연료 다발은 길이 50cm, 지름 10cm의 피복으로 쌓인 원통형 우라늄 덩어리다. 다행히 방사선은 유출되지 않았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성명서를 내고 “대체할 에너지원이 있고 전력 수요를 조절할 수 있다면 가능한 한 원전을 조기에 폐쇄해야 한다”며 “설령 고리원전의 설계수명이 남았더라도 사회적 수명은 다한 이상 안전을 바라는 시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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