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급전 vs 환경 급전’… 석탄화력발전, 널 어쩌면 좋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이미지 기자의 에코플러스]

2015년 3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미세먼지 발생원의 하나인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라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2015년 3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미세먼지 발생원의 하나인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라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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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본회의에서 ‘환경 급전’을 반영한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됐다. 급전이라면 혹시 급한 돈? 물론 아니고 ‘給電’, 즉 전기를 공급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환경 급전이란 환경을 고려한 전기 공급이라는 개념이다. 기존에는 발전소를 가동할 때 경제성만 따져 비용이 가장 저렴한 발전소부터 우선 돌렸다면, 개정안으로 그 우선순위에서 환경성도 검토해야 하게 됐다.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전국 전체 미세먼지 양의 14%. 사업장, 건설기계에 이어 3위지만, 공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2차 생성 미세먼지를 만드는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의 생성량은 각각 전체 24%, 15%에 달했다. 그런데 발전소 오염물질의 대부분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 즉 환경 급전이 실현되면 석탄화력발전은 가동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이에 불만이라는 석탄발전소와, 반론을 제기하는 측 이야기를 각각 들어보자.

○ 석탄발전소, “비용 이득, 대체 불가”

“우리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진 않겠다. 하지만 우리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는 안락사(폐지)시키고, 기존 발전소의 환경 설비는 전면 교체하는 대수술을 하기로 했다. 신규 발전소에 환경 설비로만 11조6000억 원을 들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염물질 배출을 2030년까지 2015년 대비 전국 50%, 충남 지역 57%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환경 설비 보강으로 석탄화력발전의 저렴한 비용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린 언제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나 신재생 에너지에 자리를 내줄 용의가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연간 연료비는 MWh당 4만5750원인 데 반해 LNG발전은 12만1190원, 우리의 연간 운영비가 MW당 2610만 원인데 LNG발전은 3160만 원에 이른다. 이처럼 우리의 비용 이득이 명확한 상황에서, 굳이 같은 화석연료로 역시 대기오염물질을 내뿜는 LNG나 안정적 전기 생산량을 담보할 수 없는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국민도 마찬가지 생각인 것 같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이달 초 성인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10명 중 9명 이상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하면서도 정작 우리 석탄화력발전을 다른 발전으로 대체해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4명(42.5%)에 불과했다.

사실 환경 급전에 대해서도 아직 말이 많다. 가동을 하다 말다 하면 더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있고. 이렇듯 우리를 전면 폐지하거나 가동률을 확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 반대 측, “대기오염에 따른 환경 비용이 더 크다”

“안녕, 나는 대한민국 공기 질 대변인이다. 지난해 6월 국립환경과학원과 함께 미세먼지를 측정한 미국항공우주국(NASA) 비행선은 충남 서해안 지역 상공을 집중 점검했다. 이곳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 조사 결과 실제 상공에는 아황산가스 등 2차 생성 미세먼지가 가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석탄화력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6일 발표한 2006∼2016년 한국 환경 성과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이 여전히 1차 에너지 총소비량의 82%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발전원별 전력 비중은 석탄 39.4%, 원자력 32.3%, 천연가스 19.4%, 석유 5.2%, 신재생 2.8%, 수력 0.9%. 석탄, 천연가스, 석유를 더한 화력발전의 비중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뿐 아니라 단일 연료원으로서 석탄의 비중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2015년 7월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22년까지 총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한다고 밝혔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는 한, 아무리 환경 급전으로 석탄 발전소의 가동률을 줄인대도 소용없다. 석탄 발전의 건설·연료·운영 비용이 아무리 저렴해도 그에 수반되는 환경 비용이 너무 커 모든 걸 상쇄하기 때문이다. 신규 석탄 발전소 20기가 예정대로 건설돼 2035년까지 90.7% 가동률로 운영된다면 여기에 들어갈 총비용은 265조2500억 원. 그 가운데 120조500억 원이 대기오염 등으로 발생하는 환경 비용으로 추산됐다. 전체의 무려 45%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 전문가가 여러 발전 방식의 가동 비율에 따른 시나리오를 비교해 봤더니, 향후 가장 적은 비용이 드는 것은 ‘석탄 발전소를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폐지하고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달 통과한 환경 급전 개정안은 전력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용단이었다. 이제 또 한번의 더 큰 용단을 내릴 차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환경 급전#석탄화력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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