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로만 존재하고 제주에만 있는 자연 자원이 있다. 바로 오름과 곶자왈이다. 오름은 화산이 만든 산(독립 화산체)이고, 곶자왈은 오름에서 흐른 용암이 굳은 뒤 생긴 숲이다. 약 1만 년 전 제주도 368개의 오름 중 10개의 오름에서 화산이 다시 분출하면서 생긴 용암 대지 위에 조성된 숲이란 뜻이다. 곶자왈은 주로 동서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제주 면적의 6%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동안 20% 넘는 곶자왈이 각종 개발로 사라졌다.
동부 지역에 있는 선흘곶자왈도 마찬가지다. 선흘곶자왈은 평지 중에서는 한반도 최대 상록활엽수림이라고 칭송받았던 곳으로 전국의 상록수 65종 중 31종이나 분포하고 있다. 더욱이 다른 곶자왈과 달리 특이하게도 숲 곳곳에 습지가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제주고사리삼 등 희귀 동식물도 풍부하다. 이런 독특함 때문에 선흘곶자왈 중 일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선흘곶자왈은 이미 10여 년 전, 묘산봉관광지구 개발 사업으로 인해 한 축이 없어져 버렸다. 최근에는 선흘곶자왈 북쪽 일부가 토석채취사업 계획이 승인돼 곧 사라질 운명이다. 또 하나의 논란은 최근 이곳에 추진되고 있는 제주사파리월드 조성 사업이다. 구좌읍 동복리 99만1072m²의 면적에 실내 동물원, 숙박 시설 등 대규모 관광 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사업용지의 대부분은 마을 공동 목장이며 25% 정도가 제주도가 소유한 공유지이다. 곶자왈공유화재단을 만들어 곶자왈을 사들이고 있는 제주도가 한편으로는 이미 소유하고 있는 곶자왈마저 개발 사업에 내주려는 이율배반적인 행정을 하고 있다. 공유지를 임대하는 것이 확정될 경우 제주도 당국의 곶자왈 보전 정책은 파국을 맞는다고 봐야 한다.
제주도에만 있는 마을 공동 목장은 한때 116개나 되었지만 현재는 50여 개만 남았다. 사업용지는 선흘곶자왈인 동시에 제주의 오래된 목축 문화유산인 마을 공동 목장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곳에 사파리월드 사업이 승인된다면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자연·문화유산인 곶자왈과 마을 공동 목장을 동시에 잃는 셈이다. 더군다나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숲에 외국 동물을 데려와 전시하겠다는 계획은 이곳의 가치를 현격히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곳에 오래전부터 살아 왔던 수많은 생명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자연은 현세대의 것만이 아니며 인간들만의 권리가 아니다. 후세대와 타 생명의 삶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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