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1081일만에… 육지로 돌아온 세월호
6시간 30분 걸쳐 ‘마지막 항해’… 미수습자 가족 지도선 타고 뒤따라
전문가 부족해 자문단 구성 난항… 내부수색-유해 수습 방법 다시 논의
“이젠 집에 가자, 집에 가자….”
31일 오전 7시 10분쯤 어업지도선을 타고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호를 뒤따르던 박은미 씨(47)는 바다를 타이르듯이 되뇌었다. 박 씨를 비롯한 미수습자 가족의 바람처럼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는 순조로웠다. 시속 18.5km로 꾸준히 운항한 반잠수식 선박은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해역을 출발한 지 6시간 30분 만에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접안했다.
항해는 무사히 마쳤지만 4월 6일로 예상되는 완전 거치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현재 부두와 나란히 놓여 있는 세월호 선체는 4월 3일쯤 배를 90도로 돌려 뒤쪽부터 육상에 올려진다. 다 올려진 선체는 다시 90도로 돌려 놓인다. 바다 위에서 흔들리는 반잠수식 선박을 육지에 설치된 모듈 트랜스포터와 정교하게 맞춰야 한다.
○ 4월 6일 완전히 육지에 옮겨질 듯
현재 부두에 나란히 접안한 세월호 선체는 완전 거치까지 6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반잠수식 선박과 선체를 고정한 와이어를 해제하고 세월호 선체 밑으로 흘러내린 진흙과 펄도 모두 제거해야 한다.
반잠수식 선박 갑판과 부두를 수평으로 맞추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특히 큰 서해안에서 반잠수식 선박에 바닷물을 넣고 빼면서 높낮이를 조절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조석 간만의 차가 작은 소조기에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장 가까운 소조기는 4∼8일이다.
육상 거치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총 462개의 모듈 트랜스포터도 준비돼 6줄로 조립된다. 현재 세월호 선체와 내부 퇴적물, 안에 들어있는 바닷물 등의 무게를 잰 뒤 모듈 트랜스포터의 최종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선체의 방역과 세척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해수부의 선체 절단 입장에 반대해 선체 내부 수색 방식은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이날 해수부에 “(미수습자) 수습을 우선시해야 하고 선체를 절단하다가 전기계통 등이 훼손될 수도 있다”면서 “절단을 미리 계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수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구체적인 수색 방법은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선체조사위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선체 내부 수색 난항 예상
해수부는 이르면 10일부터 세월호 선체 내부 수색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간 침몰했던 선박에서 유해를 찾는 일은 전례가 드문 데다 전문가도 부족해 자문단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돼지 뼈 소동을 겪은 직후인 지난달 30일에야 국내 유일의 유해 발굴 민간 전문가인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 투입된 게 전부다.
해수부는 최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전문가 2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국방부가 불가하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해수부 측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법률상 민간인 유해 발굴에 투입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날 “해수부에서 공식 파견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장기간 바닷속에 있던 유해는 뼈대가 원형 그대로 유지됐는지, 시랍화(피부 같은 연조직이 투명하게 변하는 현상)나 생체 부식이 됐는지에 따라 수습할 때 고도의 작업이 요구된다. 펄과 유해가 뒤섞였다면 이를 구분하는 교육도 필수적이다. 더욱이 해저에서 끌어올린 선체에서 유해를 수습해본 인력도 없다. 바닷속에서 유해가 어떻게 변형되는지 연구하는 해양사체변화학은 국내 연구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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