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비상저감조치’ 조건 완화…미세먼지 대책 실효성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12시 19분


환경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상저감조치’ 수정안을 내놨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공공부문은 훨씬 완화한 조건으로 먼저 시행하겠다는 것. 조건이 강해서 발령횟수 적다는 비판과 조건을 완화했다간 시민들에게 큰 불편 안길 수 있다는 비판 사이에서 나온 고육지책인데, 실효성은 크지 않은 과시형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4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2부제, 공사장 조업 중단 등을 실시하는 비상저감조치의 조건을 공공부문에 한해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조건은 ①당일 오후 5시 9개 수도권역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현재) ②당일 오전 0시~오후 4시 수도권역 평균 ‘나쁨’ 이상(과거) ③다음날 3시간 이상 ‘매우 나쁨’ 예보(미래)였다. 공공부문은 이 가운데 ①번 조건 없이, ③번 조건도 3시간 동안 매우 나쁨이 아닌 24시간 평균 나쁨이 예보되면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기로 개정하는 것이다.

새롭게 바뀐 공공부문 조건에 따르면 지난 1~3월 5차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시민들의 불편을 감안해 공공부문만 조건을 완화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발령 여부는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인천시 환경녹지국장, 경기도 환경국장으로 구성된 ‘비상저감 실무협의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발령 소식은 문자와 공문으로 통보하며, 공공부문만 대상이기 때문에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문자와 방송은 하지 않는다. 환경부와 3개 시·도 등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중앙특별점검반 10개 팀(30명)을 구성해 차량2부제 시행과 대기배출사업장, 건설공사장의 운영시간 단축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치로 인한 행정적 불편을 감수할 정도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환경부는 대상기관 및 사업장이 625개 기관, 7100개 사업장이라고 밝혔다. 이 기관들이 모두 적용대상이 되는 데다 감시할 인력이 돌아갈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차량2부제의 경우 대상차량이 12만 대로 추산되는데, 기존에 환경부는 경찰 소방 의료 등 긴급공무수행차량과 전기차 등 친환경차, 대중교통, 장애인·임산부·노약자의 차량은 애초 적용이 제외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차들을 다 제했을 때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환경부는 국민들에 불편을 안기기에 앞서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의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과시형 정책의 다른 말은 아닌지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