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최대 86%가 국외(중국)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는 환경부 발표 이후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표(Made in China)’ 미세먼지에 대한 두려움과 중국에 더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환경단체가 중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1. 중국발 미세먼지 정말 86%?
국립환경과학원은 CMAQ(Community Multi-scale Air Quality)란 미국 환경보호청이 개발한 공기 질 예보모델로 국외 영향을 산출한다. 이 모델에 중국의 평상시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 한국의 평상시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 값을 넣고 그날의 기상 상태를 입력하면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가 나오는데, 여기서 한국 값을 빼고 나머지의 영향을 구하는 방식으로 국외 기여율을 구한다. 실제 매일 관측한 값을 넣어 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양국의 배출 총량 통계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중국 등 국외 영향이 60% 이상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2. 정부는 중국에 항의하지 않나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항의하거나 국제 소송을 걸려면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국내에서 실질적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양국 정부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필요한 것. 예를 들어 중국 어디서 어떤 경로로 넘어온 물질이 국내 천식 환자를 얼마나 유발했는지 증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장 항의보다는 중국과 협력해 미세먼지 실태를 연구·분석하고, 중국 내 미세먼지 저감 사업을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현재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 동북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 연구 사업, 청천(맑은 하늘 프로젝트), 철강 분야 미세먼지 저감 사업 등이 추진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섣부르게 항의했다가 진행 중인 협력마저 어그러지면 되레 우리 손해”라고 주장한다.
#3. 중국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나
중국은 우리보다 더 강력한 대기 규제를 시행 중이다.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중국인들이 대기오염에 죽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제12차 5개년 생태환경보호규획으로 전국 338개 지급(地級) 이상 도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m³당 5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까지 떨어졌다. 당초 계획은 60μg이었는데 초과 달성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로 치면 ‘매우 나쁨’인 ‘적색경보’만 떠도 곧바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다. 민간인도 모두 차량 2부제와 공사장 조업 중단, 노후 경유화물차 운행 제한(LEZ)에 동참해야 한다. 지난해 말에는 제13차 5개년 규획을 발표했는데, 2020년까지 현 석탄연료 사용량의 75% 이상을 청정연료로 바꾸기로 했고, 환경을 훼손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종신추궁제도’를 도입하는 등 한층 강화된 규제를 도입했다.
#4. 한국을 괴롭히려 바닷가에 발전소를 짓는다는데…
제13차 생태환경보호규획은 지역별로 공기 질 목표 수준을 정해 기한 내에 달성하도록 각 성·자치구·직할시에 하달했다. 목표치가 상당히 높은 탓에 어느 지역도 대기오염물질 배출원인 공장 유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 마음대로 공장을 동쪽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말이다. 도심 과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외곽 분산 현상이 왜곡 해석된 것으로 본다.
#5. 중국발 미세먼지는 심해지고 있나
이런 모든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오는 장거리 이동 미세먼지 양은 여전히 많다. 중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다. 온난화로 북극 온도가 오르면서 중위도와 온도차가 작아지니 대기 정체 현상이 발생해 과거보다 북서풍이 약하게 분다. 이에 따라 중국 연평균 농도는 떨어졌는데 도심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일은 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로 넘어와 역시 같은 대기 정체 현상을 겪으며 고농도 미세먼지가 된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1월 2∼3일, 18∼19일, 3월 20∼21일 모두 같은 과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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