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트렌드 읽기]직업의 변화… 안정에서 모험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7일 03시 00분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생활의 기반이 되는 개인의 경제활동은 직업을 바탕으로 한다. 신이 내린 직장이란 말도 있지만 직장도 직업도 결국 인간들이 만드는 트렌드 변화에서 비켜갈 수 없다. 그리고 이 트렌드는 사회적 변화의 필연성에 연결되어 있다. 개인의 선호나 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직업은 안정, 성장, 모험 등을 대변한다. 이 3가지 가치를 각각 보여주는 통계를 찾아보았다.

먼저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한 직업 랭킹은 한국의 예비 신랑과 신부들의 그것이다. 공무원, 공사 직원이 10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교사, 의사, 사무직과 같은 전통적인 인기 직업들이 상위에 포진되어 있다.

반면 미국 유에스 뉴스에서 조사한 2017 최고 직업 순위는 인기도보다는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두는 평가 방식에 기반을 둔다. 이 자료는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헬스케어와 과학 분야가 해당 산업의 성장성이나 소득, 일자리 확장성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향후 메인(중심) 트렌드의 길목을 지키는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모험적인 영역들이 도전을 기다린다. 전 세계적으로 개인 제작자 운동(makers movement)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메이커스라는 능력자들은 옷, 과학실험 장비, 식품, 천연 화장품, 기계 제작, 바이오 의료 도구 등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3차원(3D) 프린터, 개인용 로봇, 디지털 비서, 인터넷에 공유되는 제작 지식들은 강력한 지원군들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메이커 페어라는 박람회는 초창기 2만2000명의 참가자로 시작했는데 11년이 지난 지금 연간 38개국에서 191개의 박람회, 140만 명이 넘는 참가자로 확대되고 있다. 이 현상은 앞으로의 직업 판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인데, 즉 개인 생산자들이 대거 자기만의 직장과 직업을 만들어가는 문명으로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앞선 것을 빨리빨리 배우면서 20세기 후반을 줄달음쳐왔다. 덕분에 오히려 안정성을 더 고대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글로벌 직업 트렌드는 안정보다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업의 절반이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사라진다는 식의 이야기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직업에 대한 사회적 필요는 새로운 가치를 바탕으로 계속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나와는 거리가 먼 유망 직업 리스트에 속상해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속에서도 새로운 도구들을 활용해 얼마든지 유망함을 만들어내면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직업은 계속 변한다는 시대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직업의 변화#개인 제작자 운동#makers mo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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