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 묻지마 폭행’ 막은 시민, 치료비 혼자감당?…“국가에서 지원해야” 분노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4월 10일 14시 49분


사진=동아일보 DB
사진=동아일보 DB
‘낙성대 묻지마 폭행’을 막으려다 흉기에 손을 크게 다친 의로운 시민이 병원 치료비를 혼자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에 분노하는 목소리로 여론이 뜨겁다.

앞서 7일 오후 6시께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입구 근처에서 노숙자 김모 씨(54)가 한 여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가하고 이를 제지하는 곽경배 씨(40)에게 흉기까지 휘둘러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낙성대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출입구로 올라갔다가 갑자기 바로 옆의 내려가는 방향 쪽으로 돌아 뛰어가 피해자 여성을 폭행했다.

이에 근처에 있던 곽경배 씨는 “도와주세요”라는 피해 여성이 목소리를 듣고 김 씨를 막아섰고, 김 씨는 주머니 속에서 여행용 칼을 꺼내 곽 씨에게 휘둘렀다.

곽 씨는 김 씨가 휘두른 칼에 오른 팔뚝을 찔려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에서도 김 씨를 붙잡고 인근 건물화단으로 굴렀으며 주변에 있던 고등학생들과 시민 5~6명도 달려들어 김 씨를 붙들었다. 곧바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김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 씨는 여성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 “나를 비웃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8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10일 한 매체는 곽 씨를 ‘의인(義人)’으로 소개하면서 병원 치료를 받는 곽 씨와 만나 그의 사정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곽 씨는 오른팔 동맥과 오른손으로 이어진 신경 6개가 절단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병원에서 7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그는 현재 오른쪽 손가락 4개가 모두 감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곽 씨가 수술·입원·치료비 등 수백만 원을 혼자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피의자 김 씨가 노숙자인 데다가 가족이 없어 당장 병원비 등 피해 배상을 받을 방법이 없으며 국가의 지원도 절차 문제로 시간이 걸린다는 것.

곽 씨의 사연이 전해지자 이날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난과 각종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치료비를) 나라에서 먼저 지급해야 한다(sang****)”라며 크게 분노했다.

네티즌들은 “안타깝다 그렇다고 남을 안 도울 수도 없고(물****)”, “이런 일 있을 때마다 아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clef****)”, “남의 일엔 끼어들면 안되는게 정답?(스****)”, “국가 차원에서 이런 의인은 제발 보상해주자 이 분 후원계좌를 열었으면 좋겠다(ilov****)”, “당연히 국가에서 보상해주어야(sunn****)”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노숙자가 변제능력이 없고 정부 지원이 오래 걸린다면, 일단 도움받은 여자가 치료비라도 내주는게(veil****)”, “도움받은 여성은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sunb****)”, “도와주면 그 손해는 오로지 본인의 몫(ㅇ****)”, “죄 없는 피해 여성은 불쌍하긴 한데, 은인 병문안이라도 와야 하는 거 아닌가(ㅇ****)”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피해 여성은 사건 현장에서 몸을 피한 뒤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관련해 관악경찰서 측은 동아닷컴에 “해당 사건은 보도된 내용 외에는 말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곽 씨의 사정을 들은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곽 씨의 치료비 전액과 향후 통원 치료비까지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