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박근혜) 단체가 두 달 넘게 불법 천막을 쳐놓고 있는 서울광장에 서울시가 12일 잔디 심기를 시작했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탄무국)’ 등이 천막을 세운 곳은 제외하고 전체 광장의 3분의 1가량에만 우선 심는다.
당초 날씨가 풀리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서울광장에 잔디를 심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탄무국을 비롯한 친박 단체가 서울시에 사용 신청을 하지 않고 1월 21일부터 대형 천막 41개를 설치하면서 잔디 심기가 늦어졌다.
서울시는 천막을 치지 않은 광장 일부에만 잔디를 심기보다는 이들이 스스로 철거하도록 유도하고 난 뒤에 광장 전체에 식재(植栽)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당한 뒤에도 이들이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농성을 이어가자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부분 심기로 방향을 돌렸다. 4월을 넘기면 기온이 높아져 잔디 뿌리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없어서다. 또 계속 방치하다가는 건조한 날씨에 흙먼지가 날리는 데다 보기에도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시는 12일 먼저 죽은 잔디를 걷어냈다.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새 잔디를 심는다.
잔디 심기 작업이 예년보다 한 달여 늦어지면서 6월까지는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행사를 열기 어렵다. 잔디가 뿌리내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약 한 달. 이 기간에 시민이 오가면서 잔디를 밟아서는 안 된다.
탄무국이 천막을 친 뒤 12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행사 19개는 취소됐다. 시민이 참여하는 잔디 심기 체험과 사물놀이 공연도 무산됐다. 탄무국 천막을 철거하더라도 그 공간에 새 잔디를 심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동안 서울광장 전체 개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탄무국이 천막을 자진 철거하도록 설득하는 동시에 대책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무단점유에 따른 변상금을 4000여만 원 부과했고 지난달 28일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관련자 7명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탄무국 측은 이날 서울시의 잔디 심기에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추모 천막이 사라지면 철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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