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왕궁 축산단지’ 가축분뇨 악취 오명 벗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전북도, 1113억원 들여 축사 매입… 그 자리에 나무 심어 순환림 조성
인근 저수지도 준설 폐기물 처리… 내년엔 쾌적한 생태마을로 거듭나

서울에서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전북 전주에 내려오는 사람들은 익산시 왕궁면 근처에 이르면 차량 안으로 들어오는 악취를 피할 수 없다.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한센인 집단촌인 왕궁 축산단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축분뇨 악취다. 1990년대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정화시설을 설치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배출되는 가축분뇨의 양이 너무 많아 처리 용량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악취의 근원지였던 왕궁 축산단지가 최근 들어 깨끗해지고 냄새도 많이 줄었다. 정부와 전북도가 왕궁 축산단지의 악취와 수질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축사를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익산천(주교제) 생태하천복원사업에 공을 들인 덕이다.

13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금까지 1113억 원을 들여 65만 m²의 축사를 사들인 뒤 철거하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바이오순환림을 조성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축사 매입은 연말까지 계획량인 80%를 매입 완료한다. 조사 결과 전체 축사의 20%는 매각을 거부해 2010년 12만 마리였던 가축은 내년에는 5만8000여 마리만 남게 된다.

1m 이상 높이로 수십 년 동안 쌓여 있던 인근 주교저수지(10만 m²)의 축산분뇨는 모두 준설돼 폐기물 처리를 마쳤고 산책로와 수생식물이 있는 소류지로 바뀌었다. 한때 이 마을에서 배출되는 오·폐수 1000t가량이 매일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으로 흘러들었다. 가축분뇨로 오염돼 ‘대형 하수구’로 불렸던 익산천은 생태하천복원사업을 통해 습지로 재탄생했다.

그 결과 악취 지수는 2012년 31에서 지난달 5로 84% 개선됐고 수질은 총인(TP) 기준으로 2012년 L당 4.593mg에서 0.180mg으로 96% 향상됐다. 복합 악취가 30 이상이면 견디기 힘든 심한 상태이고 10일 경우 냄새가 나는 단계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인근에서 운영되는 4개 가축분뇨 퇴비공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악취를 더 줄여가겠다고 밝혔다.

왕궁 축산단지는 정부가 한센인을 집단 관리하기 위해 1948년 조성한 곳으로 규모(170만m²)가 국내 90여 개 한센인 정착촌 가운데 가장 컸다. 이들은 집단농장에서 돼지와 닭, 소 등 수십만 마리의 가축을 키우며 생계를 이어왔다. 낡고 밀집된 축사와 주택이 인접해 주거환경은 극도로 열악한 상태였다. 정부는 그동안 156억 원을 들여 165동의 주택(간이양로시설)을 신축해 주민들에게 임대했다.

주민 수도 1980년대 2000여 명에서 2010년 1492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말 현재 1070여 명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한센인 1세대가 사망하고 2, 3세대가 정착촌 밖으로 나가면서 주민이 줄고 폐가가 늘었다. 정부와 전북도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새만금 수질환경 개선 등을 위해 2011년부터 환경종합대책을 세워 추진했다.

오정호 전북도 새만금추진지원단장은 “축산단지 환경대책이 마무리되는 내년쯤에는 왕궁이 혐오·기피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백제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쾌적한 생태마을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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