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사이에 딸기 꼭지를 감싸듯이 끼운 다음에 손목을 아래로 살짝 꺾어 보세요. ‘똑’ 소리가 나야 잘 따는 거예요.”
딸기 농장집 작은아들 노세환 씨(23)의 설명에 어머니뻘 되는 중년 여성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환갑이 돼서야 딸기를 처음 따본다는 서춘순 씨(61·여)는 “다음엔 꼭 손주들을 데리고 와야겠다”며 투명한 플라스틱 박스에 딸기를 정성스레 담았다.
13일 오후 충남 논산시 광석면의 한 딸기 농장. 딸기를 키우는 널따란 비닐하우스가 농촌 체험 봄나들이를 나온 여행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들은 농협중앙회가 주관하는 ‘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를 타고 딸기 수확 체험에 나선 주부들이다. 22개월 된 아들과 함께 온 박미라 씨(33·여)는 “도시에선 해볼 수 없는 경험을 아이에게 꼭 선물해 주고 싶어 어머니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딸기 수확 체험을 마친 여행객들은 딸기 찹쌀떡 만들기에 도전했다. 베테랑 주부들도 딸기 찹쌀떡은 낯설었다. 송편이나 만두와 달리 딱딱한 딸기가 고물에 들어가기 때문에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주부들은 “찹쌀떡은 늘 사먹기만 했지 만들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날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이동이 편리했다는 점이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최대 20% 저렴한 비용으로 전세열차를 빌려주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기차역에서 농촌 체험 마을까지 버스를 제공했다. 다리가 불편한 70대 할머니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30대 주부들도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이유다. 유근순 씨(58·여)는 “평소에는 가족을 챙기느라 여행의 재미를 못 느꼈는데, 오랜만에 무궁화호 열차를 타니 여고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는 농촌여행 활성화를 위해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 코레일, 각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2014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여행자들은 도시에서 농촌 체험과 휴식의 시간을 갖고, 농촌은 농산물 판매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남기순 논산딸기마을 대표는 “농촌여행을 통해 방문했던 사람들이 주말에 가족을 데리고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된 뒤 소득이 약 20∼30% 늘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에서 이 사업을 담당하는 농협네트웍스는 올해 이런 농촌체험관광 코스 100개를 마련했다. 황인수 농협네트웍스 교류사업분사장은 “강원 철원군의 비무장지대(DMZ) 안보생태관광과 9월 충남 공주시 밤 줍기 체험이 특히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농협은 열차를 이용하는 여행객이 지난해 2만5500명에서 올해 5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농촌체험관광은 1차(생산), 2차 산업(가공) 위주의 농촌 경제를 3차 산업(서비스)을 결합한 ‘6차 산업’으로 확장시키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농산물 수확 체험에 그치지 않고 농촌에서 며칠을 머물렀다 가는 ‘힐링 팜스테이’도 그중 하나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300여 개의 팜스테이 마을에 올해 약 220만 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농촌 관광객은 지난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5월 가정의 달과 연휴를 맞아 가족 단위 여행객이 농촌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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