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중 20대 33%-30대 37%… 스마트폰-음주도 다른 연령대 압도
전문가 “우울증 유발 악순환 불러… 보건당국이 초기 중독 관리해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취방 월세와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내온 대학생 A 씨(24)는 지난해 온라인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알게 됐다. 운 좋게 베팅에 성공하면 한 달 내내 주말 없이 일해도 모을 수 없던 20만∼30만 원이 손에 들어왔다. 이성을 잃고 ‘한 번만 더’의 늪에 빠진 A 씨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을 땐 이미 고리의 사채에까지 발을 담가 빚이 수천만 원으로 늘어난 뒤였다.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도박, 술,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 씨처럼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4년 751명에서 지난해 1113명으로 2년 만에 48.2% 증가했다. 이 중 20, 30대가 각각 32.5%(369명), 37.2%(422명)로 다수를 차지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추산한 성인 도박중독 평생 유병률(살면서 한 번 이상 도박중독을 경험한 인구의 비율)이 5.4%(207만 명)라는 점을 감안하면 진료조차 받지 않은 중독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의 스마트폰·알코올 의존도 두드러졌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스마트폰 중독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20, 30대가 각각 18.2%, 4.8%로 다른 연령대(0.8∼1.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음주량을 뜻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알코올 사용장애의 유병률은 20대가 7.2%로 30대(3.5%)와 40대(3.6%)의 2배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시작한 도박, 술이 지나치면 오히려 더 큰 우울증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두뇌의 활동을 억제해 우울한 기분이 해소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만 사실은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더 스트레스에 민감한 상태를 유발한다. 도박은 적은 액수로 시작해도 쾌감에 내성이 생겨 더 높은 배당이 걸린 판을 찾아다니고,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추격 베팅’을 하며 판돈을 키우는 일을 거듭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대학생 503명의 우울증, 고위험 음주 성향을 조사해 교차 분석한 결과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술을 마치 항우울제처럼 ‘자가처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홍석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교육수련이사(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는 “청년 중독 환자 대다수는 도박이나 술에 빠지는 것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신보건 당국이 청년층의 초기 중독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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