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장애인 여행공포 저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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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코리아, 국내로 떠나요/2부]<4> 교통약자 맘껏 휴가가게 하자

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모 씨(42)는 최근 휴가를 8일이나 냈지만 종로구 바깥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려면 한숨부터 나왔다. 여벌옷과 기저귀, 각종 간식 등 커다란 여행가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짐이 많았다. 아이들을 잠깐이라도 봐줄 곳 없는 휴가지에서 내내 시달릴 생각을 하니 차라리 집에 있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는 “숙박시설 대부분이 성인 5, 6명이 쓰는 큰 방을 이용하라고 압박해 비용도 부담이었다”고 토로했다.

노약자와 장애인도 여행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에 사는 황모 씨(55)는 최근 부모님의 오랜 소원이었던 제주도 여행을 포기했다. 여러 차례 무릎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 박모 씨(76)를 모시고 공항까지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또다시 목적지까지 갈 생각을 하니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 게다가 관광지에 노인을 위한 휠체어나 화장실이 제대로 마련돼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황 씨는 “부모님이 더 나이 드시기 전에 꼭 모시고 싶었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컸다”며 아쉬워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가족, 고령층과 장애인을 비롯한 ‘여행 취약층’에 국내 여행은 그림의 떡이다. 대중교통으로 휴가지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한 데다 관련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런 사정으로 휴가 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2015년 기준 16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여행취약층이 국내 여행을 즐기기 위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대중교통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개선된 숙박시설 등은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모가 휴가를 즐길 때 자녀들에게 레포츠 강습을 해주는 외국의 일부 관광지 프로그램도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 어르신, 영유아 동반가족 등 모든 가족이 이동할 때 불편이 없도록 매년 6, 7곳을 ‘무(無)장애 관광지’로 개선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공중화장실을 개선하고 경사로를 설치해 유모차·휠체어의 이동을 돕는다. 수유 등 영유아 동반 가족에게 필요하거나 점자 안내표지판처럼 장애인에게 필요한 시설도 설치한다. 지난해 강릉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등 5곳에 이어 올해 강원 정선군 삼탄아트마인과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등 6곳이 선정됐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런 무장애 여행지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교통약자#여행#국내여행#장애인#노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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