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머릿속에는 국어의 규칙들이 들어 있다. 맞춤법에는 머릿속의 그 규칙이 반영된다. 그러니 맞춤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 안의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럼, 어떻게 우리 안의 규칙을 이해한다는 것일까.
‘나는 새를 본다.’ 이 문장에 틀린 맞춤법이 있는가. 당연히 없다. 문제는 의미다. 이 문장만으로는 ‘내가 새를 본다’는 것인지 ‘날아가는 새를 본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아주 이상한 맞춤법이질 않은가. ‘나는 새를 본다/날으는 새를 본다’로 구분해 적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법에서는 ‘나는’을 ‘날으는’으로 정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맞춤법은 우리 머릿속 규칙들을 반영한다 하였다. 그 규칙은 우리가 실제 어떻게 말하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규칙은 일반적 원칙이다. 하나의 단어에만 적용되는 것은 규칙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말하는가와 일반적 규칙이라는 이 두 가지는 왜 ‘날으는’을 맞춤법으로 정하지 않는지를 제대로 말해 준다.
‘나는’이 의미상으로 혼동될 수 있으니 ‘날으는’으로 적어야 구분이 쉽다는 것은 ‘날다’와만 관련된 것이다. 이런 것은 규칙이 아니다. ‘날다’와 같은 모양을 갖는 단어들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그것이 규칙이다.
그렇다면 ‘날다’와 비슷한 모양을 갖는 단어들을 우리는 어떻게 말하는가. ‘날다’에서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은 ‘날-’이다. 이 ‘날-’로만 쓸 수 없기 때문에 편의상 ‘-다’를 붙여 놓은 것이다. ‘날다’처럼 ‘ㄹ’로 끝나는 동사들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갈으는, 걸으는, 굴으는, 널으는, 놀으는, 돌으는, 알으는, 얼으는…’이라 말하지 않는다. 우리 머릿속 규칙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ㄹ로 끝나는 동사’가 ‘-는’과 만날 때 ‘ㄹ’을 탈락시키는 규칙이 들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 규칙을 적용하여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말하기 결과물들은 이 규칙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규칙은 왜 우리가 ‘날다’만을 위해 ‘날으는’을 허용하지 않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 특수한 하나를 위해 일반적 규칙을 위배하는 법칙을 만들 수는 없으므로.
중요한 것은 맞춤법 때문에 ‘가는, 거는, 구는’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가는, 거는, 구는’이 맞춤법으로 규정된 것이고 ‘나는’ 역시 이런 규칙에 따라 맞춤법이 규정된 것이다. 자신의 말을 살펴야 맞춤법을 제대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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