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대리점주 60여 명은 25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업체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려는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제공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5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중국의 더블스타와 매각 협상에 나서면서 지역민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고 운영 능력도 미지수인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의 기술만 빼앗기는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며 매각 즉각 중단과 공정한 재입찰, 차기 정부 매각 재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금호타이어 1500개 대리점을 대표한 대리점주 60명은 25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성명을 내고 “채권단은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대리점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에 입각해 재입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평생 금호타이어 제품만을 판매해 온 대리점들은 채권단의 해외 매각 결정으로 현재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더블스타로 매각될 경우 브랜드 가치와 품질 저하로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되고 전국 대리점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매각이 강행되면 강경 집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조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와 협력업체의 기술만 가져간 뒤 광주·곡성·평택에 있는 국내 공장은 투자를 줄이거나 폐쇄하는 방법으로 ‘먹튀’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노조는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연 데 이어 28일 2차 상경 집회를 하기로 했다.
광주 지역 자치단체와 경제단체 등도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면 국내 타이어 업계와 자동차 산업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매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호타이어 광주·곡성공장 근로자는 3800여 명, 연 매출액은 3조 원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등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제조업체로 광주 지역 생산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최근 성명서에서 “금호타이어의 외국 기업 매각은 지역 경제와 1만2000여 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근로자의 생존권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타이어 업계의 유일한 방위산업체가 확보한 독자 특허와 기술이 경쟁국에 유출됨으로써 국가 안보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위협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호타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874개 특허 가운데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특허는 50여 개다. 1975년 항공기 타이어 개발에 성공한 금호타이어는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항공기 타이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66개 방위산업체 중 타이어 업체로는 금호타이어가 유일하게 등록돼 있다.
광주시는 윤장현 시장 이름으로 낸 ‘금호타이어 매각 사태와 관련한 광주시 입장’에서 “매각과 관련한 채권단의 입장과 현재까지의 진행 경과는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윤 시장은 “금호타이어 매각에 관한 문제는 단순한 기업과 금융기관 간에 벌어지는 사적 경제 영역을 넘어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채권단은 국정의 공백 상태에서 국가적 원칙이나 합의 없이 벌어지는 협상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의회도 성명을 내고 “국가 안보와 방위산업체 보호, 국가 기반산업 육성과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 광산구는 “핵심 기술을 유출하고 폐업하는 상황을 지역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공정한 매각 절차를 보장하고 국책은행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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