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확정’ 박희태 전 국회의장, 6선 의원서 ‘캐디 성추행’ 파문까지 ‘영욕의 정치인생’

사진=동아일보 DB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79)에게 대법원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약 2년 6개월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의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경남 남해 출신의 박 전 의장은 부산고검, 부산지검, 대전지검 등에서 검사장, 고검장을 두루 거친 검찰 엘리트로 1988년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박 전 의장은 재선 시절에는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얻어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하지만 딸의 대학교 편법 입학 논란으로 열흘 만에 장관에서 낙마했다.

그는 고향인 경남 남해 하동에서 내리 5선을 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정권 창출에 공을 세웠다. 박 전 의장은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낙선했으나 그해 한나라당 당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경남 양산 재선거에서 당선해 6선 의원이 됐으며 2010년에는 18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입법부 수장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에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박 전 의장은 당시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로 2008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의혹과 논란이 커지자 박 전 의장은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헌정 역사상 비리 의혹 때문에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지 못한 첫 번째 국회의장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어 박 전 의장은 2014년 9월 11일 오전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경기 도우미로 나온 20대 여성 A 씨의 신체 일부를 손으로 수차례 접촉하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1심은 “박 전 의장이 골프장 캐디인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것이 맞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을 내렸다.

이에 박 전 의장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추행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어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도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2심 판결을 유지했다.

박진범 동아닷컴 기자 eurobe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