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마저 한 학년 달랑 1명… 선택과목 없고 평가도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03시 00분


‘저출산의 늪’ 중고교까지 영향
2020년까지 고교생 47만명 줄어… 도시보다 농산어촌 고교 더 타격
“정부 차원 중장기 플랜 시급” 지적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줄면서 몇 년 전부터 ‘썰렁한 초등학교 입학식’ 같은 기사가 보도됐다. 그런데 ‘학생 없는 학교’ 현상이 중고교로 이어지면서 학교 통폐합을 넘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교의 학생 수가 줄어드는 건 초중학교와 달리 교육의 질 차원에서 큰 문제를 가져온다. 학생이 적으면 이과와 문과를 다 운영하기 힘들고, 학생이 여러 선택과목을 자유롭게 택해 듣는 교육과정의 목적을 살릴 수 없다. 가뜩이나 고교는 공부 중심인데 체육을 하면서 공동체를 배우거나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다.

경북 경주마케팅고는 올해 신입생을 한 명도 못 받았다. 2015년엔 15명, 2016년엔 14명이 입학했다. 보통 특성화고는 여러 전공반을 운영하지만 경주마케팅고에는 유통회계과 하나만 있다.

인천 서도고는 1∼3학년 각 1반에 학생이 1명, 2명, 1명밖에 없다. 이 학교 교사는 “외부에서는 ‘모든 교사가 매달리면 1명밖에 없는 학생이 서울대를 못 가겠느냐’고 하지만 공부는 경쟁이나 상호성이 있어야 잘되지 않느냐”며 “학습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했다. 모든 학년을 통틀어도 축구를 할 수 없다.

학생 수가 적으면 평가도 문제다. 고교 내신 1등급은 상위 4% 이내다. 한 학년 전체 10명 중 1등(10%)을 해도 2등급(상위 11% 이내)이다. 대학입시에서 불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경북도교육청은 폐교 기준을 초중학교보다 고교에 더 엄격히 적용한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입학생이 1명이어도 학교를 유지하려 하지만 고교는 1년만 제대로 모집을 못하면 가망이 없다고 보고 폐교 수순을 밟는다”고 말했다. 같은 농산어촌에 있더라도 초중학교와 달리 고교는 학부모들이 웬만하면 도시로 보내려 하는 만큼 저출산의 타격을 더 크게 받는다.

교육부는 고교 1∼3학년 학생 수가 2020년 128만 명으로 올해(175만 명)보다 27% 줄어든다고 추정한다. 입학생 수가 0명인 고교는 2015∼2017년 9곳→7곳→7곳, 중학교는 9곳→12곳→10곳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교에서 시작된 저출산 문제가 중고교에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도교육청이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통폐합 정책을 운영하므로 사라질 학교 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교들은 정부에 적극적인 저출산 해결을 요구했다. 개교 이래 올해 처음 신입생을 못 받은 경북 금성여상 교사는 “국가 전체적으로 출생률이 낮아서 생기는 문제인데 학교가 홍보활동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아동수당 지급이나 육아휴직급여 인상 외에 뚜렷한 저출산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공약이 이미 출산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밖에 없다”며 “결혼을 안 한 사람이 출산을 결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장기적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노지원 기자
#저출산#고교#입학생#학교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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