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조용휘]발로 뛰는 서병수 부산시장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샬롬,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헬로, 웰컴.”

지난달 22일 오후 3시 50분경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앞 도로. 서병수 부산시장이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이스라엘 관광객 32명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환영했다. 여행사 관계자가 “일일 관광해설사로 나선 부산시장”이라고 소개하자 관광객들은 “브라보”를 연발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11만 t급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타고 온 크루즈 관광객.

“팔로 미”라며 앞장선 서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역사와 영화의 전당의 건축적 특징을 소개했다. 특히 지난해 BIFF에 초청된 이스라엘 영화 ‘원 위크 앤드 어 데이’ 얘기를 하자 관광객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사리트 세갈 씨(60·여)는 “시장이 직접 설명을 해주니 영광스럽다”고 했다.

서 시장은 이날 관광버스를 타고 조선시대 경상좌도수군절도사영이 있던 수영사적공원에도 동행했다. 이곳에 근무했던 수사(해군사령관)의 공적비를 소개하고 관광객과 같이 국궁도 쏴봤다. 마침 공원에서 수영농청놀이 전통공연이 펼쳐지자 ‘쾌지나 칭칭 나네’ 리듬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관광객과 어울렸다. 프리다 씨(60)는 1시간가량 안내를 한 서 시장에게 “이스라엘에서는 시장이 20, 30년도 한다. 한국에서는 12년(3번)밖에 할 수 없다고 하니 3년째인 서 시장이 3번 더 하기를 바란다”는 농담어린 말로 감사를 표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과 조선해양산업 위기 여파로 지역경제가 위축되자 서 시장이 활로를 찾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평소 “현장에 답이 있다”며 공직 기강을 잡던 그가 현장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3월 중국의 ‘한국 단체 관광 전면 중단’ 이후 지난달까지 부산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1% 감소했다. 크루즈선은 97회가 취소돼 외국인 관광객 30만 명가량이 부산을 외면했다.

이날의 ‘일일 관광해설사’ 역할도 서 시장의 아이디어다. 서 시장은 앞으로도 발품을 팔 계획이란다. 2일에는 원(原)도심 주요 관광 콘텐츠 현장을 체크한다. 중구 광복로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에 이르는 글로벌스트리트와 7월 문을 여는 용두산공원 영화체험박물관을 둘러본다고 한다. 17일에는 다음 달 개통 예정인 송도해수욕장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관광객의 눈으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광 모니터링 점검단 8명과 문화관광해설사 5명이 함께한다. 관(官)의 자리가 아니라 철저히 수요자, 소비자의 위치에서 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음 달까지는 선사 및 여행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비행기를 타고 와서 부산을 모항(母港)으로 하는 크루즈선을 타보는 ‘플라이 앤드 크루즈’ 상품 개발도 해내겠다는 포부다.

서 시장은 “지역 경제를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이런 봉공(奉公)의 자세가 새로운 시대 목민관의 사표(師表)가 되길 기대해 본다.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