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변리에 54년전 개교
‘이상한 학교 이름’으로 놀림당해… 학생들 호소에 동창회도 나서
“다른 학교 아이들이 자꾸 ‘똥 학교’라고 놀려요. 제발 학교 이름 좀 바꿔 주세요.”
올해 초 학교 부학생회장 선거에서 “교명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하준석 군(11)의 하소연이다. 하 군이 재학 중인 학교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대변초등학교. 대변초교는 학년별로 한 학급이 있는 작은 학교다. 전교생이 76명에 불과하다. 1963년 개교 때 마을 이름을 따서 교명을 정했다.
오래전부터 교명 논란은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가 됐다. 수년 전에는 인터넷에 ‘이상한 학교 이름’이라는 명단이 퍼지기도 했다. 당시 대변초교는 2위였다. 학생들은 올해 초 학생회 선거를 계기로 교명 변경을 본격적으로 호소하고 나섰다. 학부모와 교사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동창회와 마을 이장 등과 함께 교명변경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난달 12일 열린 공청회에는 졸업생 30여 명과 마을 주민 수십 명이 찾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추진위는 지난달 21∼23일 열린 기장 멸치축제 현장에서 시민 800여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학교 이름을 바꾸려면 졸업생과 지역 주민의 동의를 받은 뒤 부산시교육청 교명선정위원회, 부산시의회 조례 개정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의 인원 등의 기준은 없다. 최영숙 교감은 “교명 변경이 쉽지 않겠지만 아이들의 바람이 워낙 간절한 만큼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추억을 간직하려는 일부 졸업생의 정서를 감안해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대변초교 졸업생은 약 280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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