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미끼’ 수백억 원 보이스피싱 조직 적발…수법 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16시 37분


해외에 콜센터를 차려 대출을 미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액은 20억 원가량이지만 경찰은 수백억 원의 피해가 났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일 사기 혐의로 최모 씨(39) 등 38명을 검거했다. 또 해외에 거주하는 조직원 10명을 비롯해 공범 19명을 수배하고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태국 방콕과 필리핀 클락에서 콘도를 임대해 각각 콜센터 3개소씩 6곳을 만들어 한국인 200여 명으로부터 20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1개 콜센터 장부에서만 2주간 9억3000만 원을 편취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미뤄 경찰은 아직 장부를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콜센터까지 합치면 전체 피해 규모는 수백 억 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국내 시중은행 직원을 사칭해 돈이 궁한 신용불량자나 대출 한도를 초과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해줄 수 있다”며 미끼를 던졌다. 이어 “통장 개설을 위해 신용등급을 올리려면 제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뒤 갚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꾀었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이 대출을 받았다고 연락해오면 “금융권 지인에게 부탁해 조기상환 수수료를 면제시켜 주겠다”며 대신 갚아줄 것처럼 자신들의 대포통장에 대출금을 넣도록 하는 수법으로 가로챘다. 개인당 피해액은 500만원부터 4000여만 원까지였다.

이들은 불법 수집한 개인의 대출정보가 입력된 ‘오토콜’이라는 인터넷 자동 전화발송 기계를 이용했다. 이 기계는 입력된 정보에 따라 전화를 걸어 이를 받는 사람의 이름과 대출 이력 등을 자동으로 모니터에 표시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당은 60~90일짜리 관광비자를 이용해 출국과 입국을 반복하면서 사기 금액의 20~30%를 챙겼다. 총책 최 씨는 외국 호화빌라에서 살 정도였다. 불과 한 달 만에 2억4800만 원을 뜯어내 7500만 원을 챙긴 조직원도 있었다. 실적이 없어도 월 3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보장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족에게 어린아이를 맡기고 출국해 범행에 가담한 30대 여성도 있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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