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사직’ 문체부 간부 “김기춘 용서하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일 03시 00분


“블랙리스트, 공무원정신 훼손… 법의 심판 받아야” 법정 진술

“개인적으로 용서합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따르지 않아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을 향해 용서의 뜻을 밝혔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51)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규학 전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은 “김 전 실장을 개인적으로 용서한다. 하지만 법의 심판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을 비롯한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은 2014년 9월 18일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으로부터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 중 최 전 실장을 비롯해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2일 재판에서 최 전 실장은 사직서 제출 요구와 블랙리스트의 윗선으로 김 전 실장을 지목했다. 김 전 실장이 청와대에 온 뒤부터 문화예술인 편 가르기와 정부 편을 드는 쪽만 지원하라는 지시가 많아졌다고 증언했다.

특검 측이 사직서가 수리됐을 때의 심경을 묻자 그는 “전날 국정감사를 새벽까지 마무리하고 아침에 출근해 사직서가 놓여 있는 것을 봤다”며 “저희끼리 우스갯소리로 ‘108번뇌다, 우리가 지고 가야 할 업보다’라고 생각하며 떠났다”고 회상했다. 재판 말미에는 발언권을 얻어 “30년 동안 직업공무원으로 사명감을 갖고 일한 입장에서 블랙리스트는 참 부당한 일”이라며 김 전 실장을 바라본 뒤 “직업공무원의 정신을 훼손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교훈이나 판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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