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과방송 “게이트키핑 과정서 문제…기사 삭제, 외부 압력 없었다”

사진=SBS 보도 화면 갈무리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와 관련, “SBS 보도책임자로서 기사의 게이트키핑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데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3일 8시 뉴스에서 “저희는 어제(2일) 8시 뉴스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관련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이에 따라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에 대한 조사도 속도가 붙을 거라는 기사를 방송했다”면서 “이 기사는 해양수산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다는 의혹과 탄핵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해수부가 인양에 대한 태도를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꿨다는 의혹을 짚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 보도는 복잡한 사실관계를 명료하게 분리해서 설명하지 못함으로써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 세월호 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기사가 나간 뒤에 저희 기사에 대해서 제기됐던 대표적인 지적은, 해양수산부가 문재인 후보 눈치를 보려고 그동안 세월호 인양을 늦췄다는 거냐는 것”이라면서 “저희 보도 취지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그렇지만 기사의 앞부분에서 인양 지연 의혹을 세월호 선체조사위가 들여다볼 거라고 전한 뒤에 기사 후반부에 문재인 후보가 언급되는 의혹을 방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인양 지연에 책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면서 “이는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결과다. SBS 보도책임자로서 기사의 게이트키핑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데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보도에서 또 하나 물의를 빚은 부분은 해수부가 차기 정권에 잘 보여서 고위직 자리를 늘리고 해경을 해수부 산하로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공무원의 전화 녹취”라면서 “기사의 취지는 정권교체기를 틈탄 부처 이기주의와 눈치 보기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뷰의 일부 자극적인 표현들이 특정 후보에게 근거 없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는데도 여과 없이 방송된 점, 그리고 녹취 내용에 대한 반론을 싣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해당 기사를 SBS 뉴스 홈페이지와 SNS 계정에서 삭제했다. 이것은 우선 기사가 게이트키핑에 대한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어서 사실과 다른 의혹과 파문 확산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라면서 “제가 보도 책임자로서 직접 내린 결정이었다. 그 결정에 어떠한 외부의 압력도 없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