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구입해 사용하던 TV 모니터를 부부 싸움 도중 홧김에 부순 남편을 재물손괴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부인 소유거나 부부 공동 재산인 물건을 부쉈다면 재물손괴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함께 쓰는 가재도구라도 혼인 전에 구입한 물건은 개인 재산이므로 이를 망가뜨렸어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7일 헌재에 따르면 2015년 11월 결혼한 남편 A 씨는 지난해 1월 24일 오전 4시경 무료 영화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부인으로부터 “여자 연예인 광고가 나오는 것이 싫다. 검색하지 마라”는 잔소리를 들었다. A 씨는 말다툼 끝에 모니터를 밀어 넘어뜨려 깨뜨렸고, 이 일로 인천지검에서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 씨는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모니터는 결혼 6개월 전 중고로 15만 원에 산 고유 재산이어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재물손괴죄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망가뜨린 사람을 처벌하는 죄이므로 본인 소유 모니터를 부순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헌재는 “A 씨에 대해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망가진 모니터가 부인 소유이거나 공동 소유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법은 부부 중 어느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재산은 그 사람의 재산으로 본다”며 “A 씨가 결혼 후 부인과 함께 모니터를 사용했지만, 모니터가 부부 공동 소유로 바뀌었다고 볼 이유가 없으므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헌재는 “검찰이 A 씨에게 (죄가 있다고 보고)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수사가 미진했거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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