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맞춤법을 알려면 기본형부터 확인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국어국문학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국어국문학
요새 어려운 맞춤법을 물으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안 돼’다. 이 말을 ‘안되’라 쓸지, ‘안돼’라 쓸지, ‘안 되’인지 ‘안 돼’인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적는 것이 올바른가? 먼저 기본형을 생각해 보자. 맞춤법을 알려면 기본형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기본형은 ‘되다’다. ‘돼다’가 기본형인 말은 없으며 ‘돼’라는 말은 ‘되어’의 준말이다.

여기서 ‘되다’는 어떤 경우도 ‘안 되’처럼 ‘되-’로 끝날 수 없다. 여기 쓰인 ‘-’ 표시 자체가 뒤에 어떤 말이 있어야 쓸 수 있다는 표시다. 문장 만들어 보면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여러분의 말로 실험해 보자.

“이거 먹을래?” “안 먹어(○)/안 먹(×)”

‘안 먹’이라 답했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금방 안다. ‘먹다’가 ‘먹-’만으로 나타날 수는 없다.

“그거 잘 되는 거야?” “안 돼(○)/안 되(×)”

‘안 되’라 쓰는 것은 ‘안 먹’이라 말한 것과 같다. 이것은 우리말의 질서가 아니다. 그래서 ‘안 되’가 잘못된 표기인 것이다. 여기서 질문이 두 개 나와야 한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질문해야 맞춤법을 이해하기가 더 쉬워진다. 첫 번째 질문은 ‘안 되(×)’는 ‘안 먹(×)’만큼 어색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되어’가 ‘돼’로만 나타나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안 돼’라는 말을 쓰는지를 생각해 보자. 시, 소설, 수필이 아니라면 이 말이 문서에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다. ‘안 돼’라는 말은 구어 즉, 입말로 더 많이 쓰는 말이다. 그것이 이 질문과 어떻게 관련되는가? 첫 번째 질문부터 보자. ‘되’가 어색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발음 때문이다. ‘ㅚ’와 ‘ㅙ’는 언뜻 듣기에 발음이 비슷해 보인다.

‘내/네, 개/게’의 발음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가? 우리말의 ‘ㅔ[e]’와 ‘ㅐ[ε]’의 구분이 점점 어려워져서 그것이 맞춤법의 오류로 나타나는 일이 많다. ‘되’와 ‘돼’가 혼동될 때 이들의 발음은 ‘ㅚ[we]’와 ‘ㅙ[wε]’다. 이 안에는 ‘ㅔ[e]’와 ‘ㅐ[ε]’가 들어 있다. 그래서 ‘ㅔ/ㅐ’만큼이나 구분이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 질문 역시 구어라는 점과 관련된다. ‘되어’가 ‘돼’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구어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잠시만 인터넷을 들여다보아도 수많은 ‘되어’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물이 되어’ ‘별이 되어라’ ‘사랑이 한이 되어’ ‘압류가 되어 있어서’….

물론 구어에서는 ‘돼’로 줄여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서에서는 준말 사용을 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 질문이 남았다. 그렇다면 왜 ‘안돼’가 아니고 ‘안 돼’인가? 간단하다. 띄어쓰기의 원칙을 확인해 보자.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안’과 ‘돼’는 각각의 단어이지 합쳐져 새로운 단어가 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을 각각 띄어 쓰는 것이다.

맞춤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잠이 안 깨’나 ‘잘 자’와 같은 말은 ‘깨다’나 ‘자다’가 어미 없이 나타난 예가 아닌가. 멋진 질문이다. 하지만 이들 뒤에는 표기상 생략된 ‘-어/아’가 있다. 발음이 좀 길어진다. 또 ‘ㅚ’는 이런 표기상의 생략이 허용되지 않는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국어국문학
#맞춤법#안 돼#안 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