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전남대병원은 ‘야전병원’이었습니다. 37년간 아픔을 참으며 소중하게 간직해 온 역사적 사실이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최근 5·18민주화운동 의료 활동집인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을 펴낸 윤택림 전남대병원장(59·사진)은 8일 “병원의 역사이자 한국 현대사의 소중한 자료가 흐릿한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과오를 범할 수 없어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윤 병원장은 “정년퇴직을 한 많은 직원이 병원을 떠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5·18민주화운동을 꼽았다”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5·18 병원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당부였고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였다”고 강조했다.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증언자 인터뷰, 자료 수집, 감수 등의 과정을 거쳐 6개월 만에 책을 펴냈다. 5·18 당시 의료 활동을 기록한 것은 1996년 광주시의사회가 낸 ‘5·18 의료활동’에 이어 두 번째다.
책에는 고 조영국 당시 전남대병원장, 노성만 전 전남대 총장, 김신곤 전 전남대병원장을 비롯해 의사와 간호사 등 총 28명의 증언이 220여 쪽에 걸쳐 실려 있다. 계엄군의 병원에 대한 무차별 사격, 밤낮없이 진행된 초응급 수술, 시민들의 헌혈 대열 등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의료진 증언 외에도 당시 전남대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던 사상자 현황과 진료 상황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래픽으로 정리돼 있다.
전남대병원은 이번에 발간한 2000여 권을 각 대학과 도서관, 5·18 단체 등에 배포했다. 5·18을 알리고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되도록 전국 서점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윤 병원장은 “발포 명령자 등 진실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가슴속 깊이 묻어뒀던 그날의 진실이 5·18 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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