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와 추돌한 흔적 없어… 유치원 버스 결함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中 유치원생 참사 유족들 의혹 제기
“기사 부주의-차량에 문제 있을수도… 문열린 운전석으로 못나온 이유 의문”

중국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 시에서 9일 발생한 중세(中世)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사고에 대해 중국 당국이 철저한 조사 및 사후처리를 약속한 가운데 유족과 교민들은 시 측의 발표 등에 대해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먼저 통학버스가 앞서가던 쓰레기 운반 차량을 추돌한 뒤 발화가 시작됐다는 발표 내용에 대해서다. 주변을 지나던 차량 운전자가 찍은 사고 사진을 보면 오른쪽 출입문 쪽에만 불이 붙은 채 터널 갓길에 멈춰선 버스의 앞면에 충돌의 흔적이 없다. 이에 대해 교민들은 “통학 버스는 모두 불에 탔지만 해당 쓰레기 운반 차량을 찾아서 추돌 흔적을 찾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돌이 아니라 버스 운전기사가 부주의나 과실로 터널 벽을 들이받았거나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고 버스 탑승자 13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인솔 교사가 어디에서 구출됐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숨진 아이 11명은 모두 버스 뒤쪽으로 피했다가 뒤엉켜 숨진 채 발견됐고, 운전기사는 버스 통로 중간에 숨져 있었다. 시 측은 인솔 교사가 주변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에 의해 구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조 당시 차량 내부에 있었는지, 화상을 입고 외부로 빠져나왔다가 구출됐는지 불분명하다. 후자라면 사고 직후 가장 먼저 아이들을 구조했어야 할 교사가 최선을 다했는지 따져볼 일이다. 이 교사는 사고로 전신의 70%가량 화상을 입었으나 응급 수술 후 고비는 넘겼으며 의식도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고 직후 현장 주변을 지나던 차량 블랙박스 등에 찍힌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버스 앞 우측 출입문 쪽에만 불이 난 뒤 전체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탈출할 시간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든다. 특히 출입문은 불이 붙고 터널 벽에 막혔지만, 반대편 운전석 문은 열려 있어 왜 여기로 빠져나올 수 없었는지 유족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측은 사고 당시 및 구조 상황 동영상을 모두 공개한다고 약속했다.

10일 기자회견에서 예리윈(葉立耘) 웨이하이 부시장 겸 공안청장은 국제학교 측이 장기 임차해 쓰던 차량은 관련 규정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민들은 30인승 이상 대형 중고교생용 차량을 유치원생용으로 사용해 긴급 상황 시 아이들이 타고 내리는 데 적합지 않았고, 스쿨버스를 나타내는 노란색 도장도 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충돌 직후 불이 붙은 것은 차량 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11일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는 웨이하이 시에서 유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쑨리청(孫立成) 산둥 성 부성장에게 철저한 조사와 유족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다.

웨이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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