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고통을 기회로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1973년 1회 성년의 날’ 맞았던 1953년생 3人, 청년에게 주는 메시지

“저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요?”

최경민 씨(19·여)가 물었다. 부산 신라대 국어교육과 2학년인 최 씨는 15일 ‘성년의 날’의 주인공이다. 중학교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지만 1998년 1월에 태어난 ‘IMF(국제통화기금) 세대’인 그가 생각하는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최 씨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취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며 ‘인생 선배’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1973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성년의 날이 올해 45회째를 맞았다. 당시 성인 기준인 만 20세 나이(1953년생)로 1회 성년의 날을 맞이한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과 이민규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연예인 배철수 씨가 최 씨를 위해 말문을 열었다.

○ “버티면 꿀맛같은 1분 휴식 찾아와”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 곧바로 장사를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졸업 직후였죠.”

최 회장은 스무 살이던 1973년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에게 성년의 날은 돈을 벌기 급급한 날들 중 하루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저는 언젠가 국내 최고의 기업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그가 가슴속에 늘 품고 있는 말이 있다. 열다섯 살 때부터 3년간 그를 가르친 권투 코치의 “야 인마, 3분만 참아봐”라는 말이었다. 사각의 링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그에게 코치는 이 말을 수없이 건넸다고 한다. 환갑을 넘긴 지금도 코치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6·25전쟁 막바지에 태어난 최 회장은 보릿고개도 경험하며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그를 지탱한 것은 학업을 포기하면서도 놓지 않은 꿈이었다.

“링에서의 3분은 정말 길거든요. 영원히 안 끝날 것 같지만 버티기만 하면 꿀맛 같은 1분은 오게 마련이에요.”

패션업계의 큰손이 된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어른이 돼야 한다고 당부한다. “꿈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3분은 언젠가는 지나갑니다.”

○ “자신만의 철학으로 현재를 살자”

“저는 스무 살에 ‘어떤 어른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못 했어요. 얼떨결에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교수가 됐죠.”

이 교수는 젊은이들이 치열하게 순간순간마다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인생철학을 세우라는 당부였다.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사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일지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길 바라요.”

‘좋은 어른’이란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꾸만 주변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죠.”

그렇기에 고통스러운 순간도 기회가 된다. “똑같이 실연을 당하고도 어떤 사람은 폐인이 되고 어떤 사람은 시인이 됩니다. 인간이 위대한 건 외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IMF 세대들이 자극을 하나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어른들 말, 듣지 마세요”

“어른들 말을 듣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찾으세요. 그리고 그대로 하세요.”

배 씨의 당부다. “제 막내아들도 올해 성년의 날을 맞이하네요. 사실 저는 아들에게도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잘 하지 않거든요.”

‘서른 살 먹은 사람의 말은 믿지 말라.’ 록가수였던 20대의 그에게 이 말은 정언(正言)과도 같았다. 그의 삶도 이 말을 지키는 삶이었다고 했다. 청년일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고 그러면서 바로 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그가 주장하는 이유다.

“세상이 바뀌고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나도 어느덧 ‘꼰대’가 됐지만 젊은 친구들에게는 서른 살 먹은 사람의 말은 듣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사회 발전을 위해서라도 좋은 어른의 기준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배 씨는 “기성세대를 부정하고 뛰어넘을 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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