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9일까지 4일 동안 강원 강릉과 삼척,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1차 진화가 이루어졌다가 다시 발화하여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화재 소식을 접하면서 1996년, 2000년도에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과, 천년고찰 낙산사를 잃게 만든 2005년 강원 속초 산불이 떠올라 몹시도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며칠 만에 산불이 진화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이번 산불 진압 과정에서는 초기 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완전 진화를 발표하고 인력과 장비가 화재 현장을 떠난 후에 재발화한 점은 지자체나 산림청, 소방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한 탓이다. 산불은 불을 따라가면서 진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숨어있는 불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불어온 강풍의 영향이 있긴 했으나 그것만을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위험을 알려야 할 여러 관계 기관 중 한 곳도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 산불은 대부분 인재(人災)다.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439건, 피해 면적은 171ha이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사소한 부주의가 대부분이다. 등산객이나 약초 산나물을 캐기 위해 산에 들어간 사람들이 버린 담뱃불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다 불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거나 산 인근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다 불이 옮겨붙기도 한다. 모두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산불로 이어진 것이다. 강릉 산불 역시 약초꾼이나 다른 입산자가 담뱃불을 버려서 일어난 실화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산불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산불과 관련해서는 우선 예방에 중점을 둔 정책이 절실하다. 먼저 산불 개연성이 높은 곳에 인력을 집중 배치할 필요가 있다. 1년 중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기간인 봄철 3개월(2월 중순∼5월 중순), 가을철 2개월(9월 중순∼11월 중순) 동안 많은 인력을 집중하여 입산자를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물론 현재도 산림청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산불감시원이 전국에 1만1000여 명이 있지만 실질적인 예방과 초기 진화보다는 관할 지역 내 산불 발생 시 연락병 역할 정도밖에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므로 이 시기 조금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 입산금지구역이나 출입 통제 장소 등에 배치하여 허락 없이 입산하는 사람을 강력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컨트롤타워를 명확하게 할 필요도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어느 부서에서도 즉각적이고 책임성 있는 행동을 신속하게 하지 못한다.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시 인력과 장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산불로 인해 황폐화된 숲이 원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30∼5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산불 대책 기간에 모든 인력과 장비를 가동하여 예방에 중점을 둬 관리해 나가고 산불 대응 태세에 있어서 민관군 협력 체제를 공고히 유지한다면 국민 모두가 애써 가꿔놓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산불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산불은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다. 아울러 이번 강릉 산불 진화 때 순직한 산림청 헬기 정비사에게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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