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원촌중 운동장에서는 ‘등굣길 오케스트라’가 열렸다. 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 소속 학생 38명이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공연을 펼친 것. 방과 후와 토요일에 짬을 내 연습한 학생들은 ‘스승의 은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고향의 봄’을 연주하며 등교하는 교사와 학생을 맞았다.
학생들은 오케스트라 앞에서 즉석카메라로 교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빨간 부직포로 ‘레드카펫’을 만들어 스승이 지나가도록 했다. 이 학교 주미경 교사는 “학생들 덕분에 스승의 날 분위기가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스승의 날을 맞아 학교 현장에서는 선물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스승에게 감사하는 모습들이 등장했다.
서울 광양고 2학년 홍모 군은 “지난해에는 우리 반 학생들이 돈을 모아서 담임선생님께 반팔 등산복을 선물로 드렸는데, 올해는 친구들과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학부모도 “반장이 카네이션을 샀고, 학생들이 미리 쓴 편지를 모아 선생님께 드렸다”고 말했다. 또 손편지 대신 감사의 마음을 동영상에 담아 전송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교내 수업 대신 학교 밖에서 다른 활동을 함께하며 스승의 날을 기념했다.
인천 만수북중은 학년별, 학급별로 시간을 보냈다. 3학년은 인천대공원에서 졸업 앨범을 촬영한 뒤 등반대회, 자전거 타기 등 학급별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이날 교사에게 준 카네이션 한 송이는 학교 예산으로 구입했다.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부담은 주지 않고 교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 학교 박정현 교사는 “행사가 부담스럽다며 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니 의미도 살리고, 완충점이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청 예산으로 관내 학교의 스승의 날 행사를 지원했다. 카네이션 구입비를 각 학교에 지원해 학생들이 돈을 걷어 카네이션을 사는 부담을 덜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했다. 또 학생 1인당 2000원씩의 급식비를 추가로 지원해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평소보다 더욱 푸짐한 점식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일부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을 부담으로 여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정해 쉰 학교가 적지 않았으며, 일부러 중간고사 시험 기간으로 잡은 학교도 있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내 방송과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선물은 물론 꽃도 가져오지 말라고 여러 차례 안내하기도 했다.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어린이집 교사나 학원 강사에게는 여전히 선물을 전하는 사례도 많았다.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서울의 한 학부모는 “선물을 보내지 말라고 해주면 안 보낼 텐데, 아이의 어린이집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며 “내년까지는 계속 선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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