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곳저곳을 자기 집처럼 거리낌 없는 모습으로 기분 좋게 돌아다니는 학생들, 유난히 소란스러운 교실, 수업 시간임에도 교장실 창을 넘어오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고등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던 필자에게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던 교장 첫 부임지인 울릉중학교의 2016년 3월 모습이다.
자유학기제가 시작되면서 학교는 더욱더 소란스러워졌다. 선생님들이 힘을 모아 준비한 수업이라는 장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더 알아가고, 부딪치기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키웠다. 과학 선생님과 영어 선생님은 학생들이 울릉도 주변 기상도를 영어로 표현하도록 유도하고, 학생들은 수학 시간을 활용해 사회 시간에 배운 여러 사회 현상들로 통계신문을 만들었다.
관광지도 만들기, 독도 지키기, 지질구조 알아보기, 특산물 조사와 판매 전략 수립 등을 주요 활동으로 하는 ‘LOVE 울릉도’ 동아리 활동은 아이들에게 우리의 섬, 울릉도를 조금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역사, 관광, 군인, 금융, 의료, 언론, 경찰, 기상, 소방, 에너지, 생태, 디자인, 음악, 요리, 환경 등 다양한 직업 세계를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애정과 관심도 아이들의 미래에 함께했다.
올해 3월, 13명의 신입생이 입학한 이후에야 지난해에 2학년 학생들이 신입생들보다 더 활기찼던 이유를 알게 됐다.
우리 학교는 작은 학교란 특성상 자연스럽게 모든 학년에서 자유학기를 운영했고, 그 변화는 학교 전체를 움직이고 있다. 너무 얌전하다고 생각했던 작년 1학년 학생들은 2학년이 된 지금, 세상을 다 가질 듯한 모습으로 학교를 주름잡고 있다. 자유학기제의 힘일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교복과 환경 탓에 다소 쭈뼛거리고 있는 1학년들도 내년에는 이전의 선배들보다 더 큰 목소리로 자신을 이야기할 것이다.
아이들은 날마다 성장한다. 작년과 금년이 또 다르다. 만나는 아이들이 다르기에,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교사와 학교의 준비가 한창이지만, 아직은 완전치 못하다. 폭넓은 공유와 누적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학기제가 한 학기의 시도가 아닌 지속적인 실천으로 성장해 가야 하는 이유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끊임없이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그 알을 깨고 나와야만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렇다. 자유학기제는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성장하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틀을 깨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그래서 아이들이 만날 세상에서 더 큰 스스로를 발견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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