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당신을 추모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생기질 않길…’
17일 오후 8시 1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 지하철 출구 가림막 벽에 ‘추모의 포스트잇’이 다시 등장했다. 1년 전 일어났던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숨진 A 씨(당시 23세)를 추모하기 위해 접착식 메모지 3만여 장이 붙었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강남역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21곳으로 구성된 ‘범페미네트워크’가 연 이날 행사에는 모두 5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 참가한 뒤 현장을 찾았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사전에 알린 ‘드레스코드(복장규정)’에 맞춰 검은색 계열의 드레스와 티셔츠 등을 입고 모여들었다. 한 손에는 국화를, 또 다른 손에는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는 내용이 적힌 보라색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행렬은 사건 현장인 노래방 건물에서 한 차례 묵념한 뒤 강남역 10번 출구 앞으로 이동해 메모지를 붙이고 마스크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A 씨의 부모님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 2명과 함께 추모제에 참석한 강세미 씨(25·여)는 “이렇게 사람이 많고 번화한 곳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며 “사회가 여성과 약자들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등 서울 도심에서도 집회와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등지에서 6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A 씨를 추모하고 여성 관련 안전 대책 강화를 요구했다.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 김해 진주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추모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공존과 사랑의 정서로 바꿔야 한다”고 썼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사건 피해자 가족에 대한 후원 프로젝트를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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