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즈트리’에 이어 길 이름까지…‘서울로 7017’ 잇단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20시 16분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이 논란에 휩싸였다. 설치미술 조형물 ‘슈즈트리’와 길 이름 때문이다.

‘슈즈트리’는 헌 신발 3만 켤레로 만든 설치미술 작품으로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가 재능 기부 형식으로 제작했다. 높이 17m의 서울로7017에서 신발을 수직으로 매어서 늘어뜨린 작품이다. 서울로 7017에서 서울역 광장까지 100m에 걸쳐 조성되며 개장일인 20일부터 9일 동안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이 작품에 대해 “흉물스럽다”고 비판했고, 버려진 신발인 만큼 냄새가 심할 것 같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황지해 작가는 17일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작품 설명에 나섰다. “앞으로 꽃과 나무, 조명 등이 배치되고 완성되면 달라질 것”이라면서 “예술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악취 우려에 대해서는 “전시 시작 전 소독할 예정이고 허브 종류 등 방향 식물을 많이 심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서 18일에는 ‘서울로 7017’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문제가 됐다. 브랜드 디자이너 출신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하면서다.

손 의원은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잘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브랜드라고 할 수 없다”면서 “‘since 7017’의 가장 큰 문제는 70 앞에 19가 있고 17 앞에 20이 있다는 것을 무시한 것이다. 앞 숫자에 100년의 차이가 있는데 뒤 숫자의 조합은 무슨 의미냐”고 지적했다.

‘서울로 7017’은 크리에이티브 그룹 베리준오가 재능기부해서 제작한 것이다. ‘서울로’는 ‘서울을 대표하는 사람길’과 ‘서울로 향하는 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7017’은 서울역 고가가 생긴 1970년과 보행길로 거듭날 2017을 가리킨다. 서울로의 로마자 표기인 ‘seoullo’ 아래에는 ‘since 7017’을 넣어 1970년과 2017년이라는 ‘두 번의 의미 있는 탄생’을 표시했다. 손 의원은 “since를 굳이 붙여서 억지스럽게 만들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말하는 한편, 베리준오의 대표인 오준식 디자이너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준식님처럼 유능한 디자이너가 서울시에 재능기부하면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적었다.

오준식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손혜원 의원의 팔로어는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정치인 손혜원의 팔로어라고 생각한다”면서 “디자이너 시절에 비판했다면 달게 받겠지만 정치인이 된 디자이너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면 앞으로 누가 재능기부를 하겠느냐”면서 “실력이 눈에 안 차는 후배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 손혜원’이 비판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디자인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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