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건국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뽑기 위해 투표를 하는 구로어린이나라 아이들. 이들은 최근 대통령도 직접 투표로 뽑고 ‘건국’ 준비를 마쳤다. 구로구 제공
아이들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곳일까. ‘왕따’가 없는 곳, 속마음의 자유가 있는 곳, 놀 권리와 실수할 권리가 있는 곳, 스마트폰은 스스로 자제해 조금만 활용하는 곳, 외모와 가정환경으로 다른 사람을 놀리지 않는 곳…. ‘구로어린이나라’ 어린이 대표들이 2년 동안 준비한 헌법에는 아이들의 이상향이 녹아 있다.
건국준비위원회와 초대 정부 수립을 거쳐 27일 구로어린이나라가 건국한다. 서울 구로구를 영토로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대표들이 모여 2년간 스스로 법을 만들고 대통령도 뽑았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고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어린이 스스로 나라를 운영해 보면 좋겠다”는 이성 구로구청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5년 관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50여 명으로 건국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지난해에는 초대 정부위원으로 참여할 어린이들을 선발했다. 교사와 공무원, 전문가들로 구성된 멘토단은 최소한의 조언만 하고 어린이들이 모든 과정을 이끌었다.
헌법 교육과 국회 및 헌법재판소 견학, 간담회 같은 과정을 거쳐 나라 이름과 국기를 만들고 헌법을 제정했다. 이들이 만든 헌법 제1조는 어린이를 ‘키가 작은 어른’으로 규정하고 있다. 초대 대통령으로 뽑힌 손지우 양(신미림초 6학년)은 “독립된 인격체이자 존중의 대상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나라 헌법은 국민의 권리로 ‘자유롭게 장래 희망을 선택할 수 있다’ ‘놀 권리가 있다’ ‘실수할 권리가 있다’를, 국민의 의무로는 ‘자기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를 규정했다.
어린이나라는 행정부와 시민의회, 국민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인 손 양이 행정부 수반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최고시민’ 김성령 양(동구로초 6학년)이 정책을 입안하는 시민의회를 이끈다. 죄가 없는 나라를 꿈꾸며 사법부는 만들지 않았다. 8∼13세인 국민은 현재 1만7064명이다. 관내 초등학생 수와 거의 비슷하다. 14세가 되면 자동으로 명예국민이 된다. 적극적으로 ‘국정’에 참여할 어린이를 매년 100명 이상 모집할 계획이다.
구로구는 실제 구정(區政)에도 어린이들이 만든 정책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구의회에서 ‘구로어린이나라 지원을 위한 조례’를 상정한다. 어린이나라 선포식은 27일 구로구 구로근린공원에서 ‘헬로우 나의 권리, 웰컴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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