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부대 요새화 공사로 서해5도 환경훼손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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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대청도의 해안 절경 중 군부대 요새화 공사로 해안이 훼손된 지두리해안 방어진지 주변.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 옹진군 대청도의 해안 절경 중 군부대 요새화 공사로 해안이 훼손된 지두리해안 방어진지 주변.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군부대 요새화 공사로 인천 옹진군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의 해안 절경이 훼손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3월경 본격화한 서해5도 군 방어진지 구축 공사는 거의 마무리됐지만 파헤쳐진 바닷가 야산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복구돼 반발이 거세다.

20일 비경(비境)으로 유명한 대청도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수놓은 농여해안, 미아동해안, 지두리해안으로 들어서자 흉물스러운 군 시설물이 눈에 띄었다. 바닷가와 맞닿은 야산지대를 중장비로 잘라내고 국방색 콘크리트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숲속 중간에 조성한 50∼300m의 방어진지 주변은 황토색 흙이 드러나 삭막했다. 콘크리트 진지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경사면에는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한 초록색 그물망이 쳐졌다.

이들 해안에는 10억 년 전의 생명체인 남조류(藍藻類)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이뤄진 바위층이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인천시는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방어진지는 이처럼 문양이 다채롭고 신비스러운 화석 바위층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최근 지두리해안 방어진지에 풀과 나무를 심는 복구공사를 벌이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됐다. 대청도 주민 A 씨는 “군 당국이 황폐화된 지대에 형식적인 복구 작업을 하려 한다”며 “거센 비바람에 토사가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데다 훼손된 환경 복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로 20분이면 섬을 한바퀴 돌 수 있는 대청도에서만 30여 곳의 방어진지 공사가 이 같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 9번째로 큰 섬인 백령도에서도 요새화 공사가 200곳 가까이 이뤄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지역 섬 답사를 벌이고 있는 ‘황해섬네트워크’의 장정구 섬 보전센터장은 “군 당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당초 계획한 대로 지하화공사를 하지 않고 있는 바람에 서해5도에 생채기가 나고 있다”며 “천혜의 환경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같은 남북 대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 2단계로 나눠 4000억 원을 투입해 서북도서(島嶼) 요새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요새화 공사에 따른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복구공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의 방어진지 복구 계획을 제출받은 옹진군은 주민설명회를 거쳐 시설 준공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환경훼손에 따른 주민 반발이 커지면 준공 처리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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