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의 한 사립대 축제 현장에서 만난 김모 씨(22)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방금 ‘해피벌룬’ 가스를 들이마셨다. 해피벌룬은 아산화질소(N2O)가 들어간 풍선을 말한다. 아산화질소는 질산암모늄을 열분해할 때 생기는 투명한 기체. 일산화이질소라고도 부른다. 풍선 안에 든 아산화질소를 마시면 웃음이 나고 행복해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실제 해피벌룬 가스를 들이마신 사람들은 20∼30초간 정신이 몽롱해지고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에 취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해피벌룬은 3, 4개월 전부터 유흥가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일요일인 21일 찾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의 한 술집에서는 해피벌룬을 사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개당 가격은 5000원. 업주 최모 씨(36)는 “풍선으로 버는 돈이 하루 주류 매출에 육박할 정도”라고 말했다.
아산화질소는 마취 보조 가스의 주성분이다. 보통 외과 수술 때 쓰인다. 전문가들은 “아산화질소를 과도하게 흡입할 경우 호흡곤란이나 일시적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질식사 위험도 있다”며 무분별한 아산화질소 흡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아산화질소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피벌룬을 검색하면 ‘최저가 최대 수량 판매, 당일 배송, 직거래 가능’ 등의 광고문구가 쏟아진다.
해외에서는 아산화질소를 흡입한 사람이 사망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구입 및 사용을 규제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17명이 숨지자 지난해 5월부터 허가된 용도 외 아산화질소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산화질소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독성정보제공 시스템에서 아산화질소를 ‘마취 효과와 중추 자극 때문에 약물 오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중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마약류로 지정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부탄가스와 같이 중독성은 없지만 환각성 물질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화학물질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식약처와 협의해 조만간 아산화질소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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