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원주캠퍼스 경영학과 4학년 정종혁 씨(25·삽화)는 얼마 전 한 채용설명회에 갔다가 허탈감만 안고 돌아왔다. 마케팅 업계를 지망하는 정 씨에게는 손꼽아 기다려 온 채용설명회였다. 연봉이 어느 정도인지, 자기소개서에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하는지, 서류 통과에 학벌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질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2시간 가까이 계속된 설명회에서 채용 담당자들은 기본적인 회사 정보만 발표 자료로 만들어 읽어줬다. 계열사별로 바쁘게 기본 정보만 이야기하고 들어가는 바람에 정말 궁금한 질문은 할 수 없었다. “학벌로 차별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엔 업무 경험을 잘 녹여라” “젊은 사원이 많아 회사 분위기가 활기찬 편이다”등 ‘대외용 기준’만 반복했다. 굳이 설명회에 오지 않았어도 홈페이지만 보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정 씨의 가슴은 마치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해졌다.
앞으로도 공채에 도전할 계획인 그의 바람은 하나다. “정말 알고 싶은 회사 정보는 채용설명회 때 들을 수가 없어요. 좋은 말만 해주기보다 차라리 ‘팩력배’(팩트를 사실대로 말해주는 폭력배)가 돼 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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