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설치 넉달만에 없애… 별다른 충돌없이 30분만에 완료
세월호 천막 14개중 3개 정리 합의… 市 “사태해결때까지 추모공간 조성”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불법 점유하던 ‘대통령 탄핵무효를 위한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의 천막들을 30일 강제 철거했다. 국민저항본부가 1월 21일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며 서울광장 한쪽, 전체 면적의 4분의 1가량에 천막을 친 지 넉 달여 만이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참사 추모 천막은 규모를 축소하고 형태를 바꾸되 당분간 그대로 두기로 했다.
○ 충돌 없이 끝난 대집행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20분경 남대문경찰서와 중부소방서 등의 협조를 받아 텐트와 현수막, 간판 등 41개 물품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시작했다. 서울시 공무원 600여 명과 용역 200여 명이 지게차 2대, 트럭 10여 대를 동원해 30분 만에 철거를 완료했다. 천막에는 국민저항본부 등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 40여 명이 있었지만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아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철거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경찰 5개 중대 400여 명이 주변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이날 대집행은 언론에 미리 알리지 않고 국민저항본부 측에만 전날 통보한 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서울시는 철거가 진행 중인 이날 오전 6시 반경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띄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6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서울광장에서 행정대집행을 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국민저항본부에 서울광장 내 무단점유물품 자진철거 요청 문서를 9번, 행정대집행 계고(통지)서를 13번 전달했다.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도 5차례, 6300만 원을 부과해 약 4000만 원을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4개월여 동안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행사 33건이 취소되거나 미뤄졌고, 관련 민원이 66건 접수되는 등 시민의 불편이 크다고 판단해 행정대집행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천막들이 있던 곳에 잔디를 심고 화단을 조성할 예정이다.
○ 불법 ‘세월호 천막’은 철거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세월호 추모 천막도 규모를 축소하기로 4·16가족협의회 및 4·16연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2014년 7월부터 광화문광장 일부를 차지한 세월호 천막 14개 중 무단 설치된 3개는 철거하기로 했다. 이 3개 천막에 부과된 변상금 1111만 원은 대부분 납부됐다.
나머지 11개 천막도 규모나 디자인을 조정해 추모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세월호 진상조사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미수습자도 아직 남아 있다”며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추모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가 진영 논리에 치우쳐 형평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세월호 천막 11개는 범국가적 공감대 속에서 중앙정부의 요청에 따라 시가 인도적 차원으로 지원한 것”이라며 “광장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설치된 만큼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국민저항본부 측은 반발했다. 신용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부회장은 이날 인터넷에 “오늘은 비록 패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을 구출하고, 나라를 종북 세력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우리의 저항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광장을 지나던 시민 한모 씨(41)는 “광장은 시민의 공간인 만큼 진작 철거됐어야 했다”면서 “정권이 바뀐 만큼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 천막을 정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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