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통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회의 믿음을 무너뜨리고, 사회의 공평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학사비리 사건 재판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에게 징역 7년을, 최 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게 징역 5년,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특검팀은 구형량과 입장을 밝히는 논고를 통해 “오늘은 특검이 출범한 지 6개월이 된 날이다. 정유라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체포·송환됨으로써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며 “국정농단이라는 과거의 아픔을 수습하는 건 피고인들 스스로 뉘우쳐서 이 사건을 바라보며 마음 아팠을 모든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일부 비뚤어진 학부모의 자녀 사랑에서 비롯된 통상의 입시비리 사건이 아니라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정유라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비선 실세와 그 위세를 통해 영달을 꾀하고자 한 교육자들의 교육 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학사비리의 실체는 정유라에게 학사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비상적적인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배움을 통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회의 믿음을 무너뜨리고, 사회의 공평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특히 최 씨에 대해 “재판이 끝날 때까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듯한 최씨의 무소불위 태도와 거짓말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국정농단이 벌어지는구나’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며 “최씨가 법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양형을 정함에 있어 결코 묵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딸 정 씨, 최 전 총장 등 이대 관계자들과 공모해 정 씨를 이대에 입학시키고, 학점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이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또 정 씨가 재학한 청담고 체육 교사에게 30만원의 뇌물을 주고 봉사활동 실적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도 받는다.
최 전 총장은 이대 2015학년도 수시모집 당시 남궁 전 처장으로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에 정씨가 지원했다는 보고를 받고 정 씨를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과정에서 위증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최 전 총장 등에 대해 ”재판이 종결되는 순간까지 거짓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고 어느 한 사람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새로 취임한 이대 총장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실정”이라며 ”피고인들은 이번 일의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 씨는 이날 오후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국내로 송환됐다. 덴마크 현지 경찰에 체포된 지 150일 만이다. 정 씨는 ‘국정농단이 억울하냐’는 물음엔 “저는 어머니와 전 대통령님과 어떤 일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른다”면서 “저는 조금 억울하다”고 밝혔다.
‘운도 실력’ 발언 논란에 대해선 “제가 그땐 참 어리고, 다툼이 있어서 ‘돈으로만 말을 탄다.’ 이런 말을 들어서 욱하는 어린 마음에 쓴 것”이라면서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아이가 있다. 아이가 그 말을 들으면 속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