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된 북위시대 불상과 같은 모양의 1915년 일제강점기 촬영 불상과 중국 임술현박물관 소장 불상(왼쪽부터). 불상과 광배 형태는 물론 뒷면에 적힌 명문이 모두 일치한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된 중국 북위시대 불상이 일제강점기 복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효수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7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열린 동원학술대회에서 “1945년 광복 직후 압수한 가시이 켄타로 수집품 가운데 북위시대 불상에 대한 성분분석을 실시한 결과 복제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 연구사에 따르면 1915년 충남 홍성군에서 일본 고고학자 도리이 류조가 촬영한 흑백사진 속 불상이 경주박물관 소장품과 똑같은 형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흑백사진에 찍힌 불상은 당시 홍성에 거주한 일본인 판사가 소장한 것으로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흥미로운 건 중국 산둥성 임술현박물관에도 같은 모양의 북위 불상이 소장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 불상의 광배 뒷면에는 “정광 6년(525년) 6월 10일 베이징에 사는 선경건 부부가 미륵불상 한 구를 삼가 만들다. 위로는 국가와 사방이 안정되고 만민의 바람을 널리 쓸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라는 내용의 명문이 똑같이 새겨져 있다. 명문에는 분명 한 구를 만들었다고 돼 있는데 불상은 최소 3점이 발견된 것이다. 전 연구사는 “적어도 중국 박물관 혹은 흑백사진 속 불상 중 하나는 복제품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북위시대 불상의 광배 뒷면에 적힌 명문. “정광 6년(525년)에 미륵불상 한 구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이와 관련, 한반도 고분 발굴에 참여한 하마다 코사쿠(濱田耕作) 교토제국대 교수(고고학)의 제안으로 1920~30년대 우에노제작소가 제작한 유물 복제품들이 주목된다. 최근 경주박물관이 입수한 1931년 ‘고고학 관계자료 모형 도보’에 따르면 우에노제작소는 교육·전시용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나온 400여점의 유물을 정밀 복제했다. 이 중 한국 문화재는 고려시대 인종 시책을 비롯해 총 17건 53점을 차지하고 있다.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007년 논문에서 복제품으로 지목한 ‘입실리 청동기(국립경주박물관 소장)’도 모형 도보에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경주박물관 소장 북위시대 불상도 일제강점기 문화재 복제업자들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 연구사는 “일본 민간업자들이 만든 불상이 한반도를 거쳐 중국까지 유통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일제강점기 수집 문화재에 대해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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