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창단한 서울 정화여상의 ‘부사관 준비반’ 학생들이 단복을 입고 경례하고 있다. 학생들은 앞으로 군의 중견간부가 되기 위해 리더십 교육과 체력 단련을 열심히 할 계획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씩씩하게 오른발과 왼발을 구르는 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새하얀 셔츠 오른팔 위에는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곧 오른쪽과 왼쪽 어깨 위에 견장이 달렸다. 뿌듯한 마음을 가득 담아 경례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공은 서울 동대문구 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의 ‘부사관 준비반’ 학생들이다. 정화여상은 31일 서울 지역 특성화고 최초로 부사관 준비반을 창단했다. 정화여상은 졸업 뒤 부사관이 되길 원하는 1, 2학년생 14명을 선발했다.
109년 역사의 정화여상은 서울 40개 상업계열 특성화고 중 취업률 5위 안에 든다. 병원사무관리과, 사회복지사무관리과, 비서사무관리과를 운영한다. 그런데 높은 취업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열악한 회사 여건 때문에 취업하자마자 퇴사하거나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학생이 많았다.
김지영 교장은 “학교가 취업률 수치만 생각할 게 아니라 학생의 적성에 맞는 좋은 직장에 갈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떠올린 게 부사관이었다. 지원 자격이 고졸 이상이면 되는 데다 안정적이라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았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부사관 지원을 대비시키는 학원까지 있을 정도다. 정화여상은 단순히 부사관 시험 준비를 넘어 올바른 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자고 마음먹었다.
단장 강연희 양(17·2학년)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고 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특성화고를 졸업해도 좋은 데 취직하는 건 극소수라 걱정이 많았는데 이왕이면 내 꿈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반고에서 전학 와 전교 1등도 했다는 부단장 김유진 양(17·2학년)은 “부모님과 친구들 모두 멋지다고 응원해줬다”며 “공부와 체력단련 모두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부사관 준비반 학생들은 3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됐다. 성적과 출결, 자기소개서, 면접을 거쳤다. 학생들은 방과 후나 주말에 부사관 필기시험과 직무수행능력평가, 면접 등을 대비한다. 체력검사 역시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다. 교내 등교 지도 같은 봉사활동, 학교 홍보활동도 한다. 정화여상은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취업역량강화사업 예산을 이용해 부사관 준비반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질 강사까지 초빙했다.
정화여상은 앞으로 부사관 준비반을 경찰·소방공무원, 간호장교 등 특정직 공무원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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