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으뜸의 트렌드 읽기]非婚,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일 03시 00분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오늘날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결혼을 운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결혼에 대한 특별한 환상을 갖지도 않는다. 현재의 청춘들은 결혼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녀는 10명 중 약 2명(2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26%)보다는 여성(14.7%), 그리고 40대 초반 미혼자(10.5%)가 결혼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20, 30대 미혼자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14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20, 30대 미혼자가 크게 줄어든(2014년 33.1%→2017년 22.3%) 것으로,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는 시점이 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결혼에 대한 고민은 결국 ‘경제적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미혼 남녀 10명 중 8명(78.2%)은 요즘 시대에 돈 없이 결혼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전까지는 결혼을 미루는 것이 좋다는 생각(61.3%)이 강한 것도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결혼을 가정했을 때 미혼 남녀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집을 마련하는 문제(77.4%·중복 응답)와 결혼 자금(65.2%)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높은 집값과 적지 않은 결혼 비용을 고려한다면 결혼을 둘러싼 청춘들의 경제적 부담감이 결코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비혼족’의 가파른 증가 추세다.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비혼의 뜻을 밝히는 미혼자가 많아진 것으로, 실제 미혼자의 15.9%가 비혼으로 살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결혼에 대한 확실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미혼자(13.4%)까지 고려하면 향후 비혼자는 더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굳이 비혼을 선택하지는 않더라도 비혼을 선택하는 심정만큼은 충분히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비혼을 결정하는 사람들에 대해 미혼 남녀들은 이해가 되고(68.3%·중복 응답),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며(63.6%), 공감이 간다(60.8%)는 의견을 주로 내비쳤다.

비혼을 선택하는 배경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미혼 남녀의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하고(71.2%·중복 응답), 자녀 양육비(63.1%)와 주거 비용(60.8%), 결혼 비용(59.6%)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비혼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반면 비혼으로서의 삶은 경제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데다 결혼제도나 가족관계에 의해 구속을 받을 필요도 없다 보니 많은 미혼자의 선택지가 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고민과 정책 마련이 없다면, 보다 많은 미혼 남녀가 결혼 대신에 비혼을 선택하리라는 예상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비혼족#결혼#결혼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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